일본에서 주판(abacus)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일본 학교에서 '사무라이 시대'에 썼던 도구가 새롭게 사용되고 있다"면서 "주판이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주판이 수학 점수를 올려주고 '두뇌 트레이닝'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몇몇 일본의 학교에서는 주판을 정규수업을 다시 만들기도 했다.

주판 교실을 운영하는 하나카 이와이 씨는 "머릿속으로 주판을 할 수 있는 기술인 암산은 머릿속에 주판 하나를 넣어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주판체계가 이해하기 쉬워 어떤 아이라도 몇 개월 안에 습득할 수 있다"면서 "약 네 살 정도만 되면 주판을 배울 단계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하나카 이와이씨의 동생인 하루카 이와이 씨는 약 20명의 어린이에게 주판 수업을 한다. 이와이씨가 10개의 숫자를 줄줄 말하면, 아이들은 재빨리 숫자의 합을 계산하는 식이다. 3학년생 쇼 우치다는 주판의 도움 없이 상상 속에서 주판알을 굴려 연산 연습문제지를 빠르게 풀기도 한다.

주판은 중국에서 수입되어 일본에서 수백 년 동안 사용됐다. 포켓 계산기가 등장하기 전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주판능력'은 전문직 노동자들의 필수조건이었다. 2005년에는 주판 자격시험을 보는 학생의 수가 2만명까지 줄었다. 이는 전성기의 10분의 1수준이다. 계산기가 등장으로 주판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주판은 극적으로 부활했다. 일본의 초등학교에서는 주판 정규수업이 다시 생겼다. 주판이 수학 점수를 올려준다는 이유였다. 주판 협회의 히로시 나카야마 씨는 "현대인들이 계산기에 심각하게 의존하기 때문에, 주판이 다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컴퓨터나 계산기를 사용할 때, 계산 과정은 '블랙박스(a black box)'가 된다"면서 "그러나 주판이 있으면, 숫자들이 눈앞에 바로 보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계산기는 연산 과정을 생략해버리지만, 주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협회는 초등학교에서 주판에 기초한 수업을 적용·도입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주판의 부활'은 주판훈련이 우뇌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믿음에서도 기초하고 있다. 주판이 학습한 내용을 더욱 쉽게 떠올리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일부 학교들은 아침에 10분간 주판 계산을 하도록 해 두뇌를 활성화하도록 하고 있다. 주판이 두뇌 트레이닝에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없지만, 학부모들은 주판 계산이 학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주판을 20년간 가르친 이와이 씨는 "주판은 집중력을 높여준다"면서 "(주판을 배우고 나면) 쉽게 산만해지지 않게 된다고"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