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이철원

중국인 A(26)씨는 중국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2004년 봄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1년 반의 어학원과정을 마치고 2006년 서울 소재 대학의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한국어가 서툴러 수업의 절반도 못 알아듣고 과제를 하는 데도 오래 걸려 학과 동기들이 번번이 팀 과제에서 A씨를 따돌렸다. 한 학기에 F를 2~3개씩 받아 비자 연장에도 문제가 생길 위기였다.

결국 한국 유학에서 미래를 보지 못한 A씨는 3학년 때 자퇴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A씨처럼 ‘코리안 드림’이 깨진 중국인 유학생의 증가와 이들의 반한 감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간조선 최신호가 보도했다.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이준식 교수가 전국의 중국인 유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반한 감정은 학부 3~4년 때 제일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반한 감정의 배경에 대해 "대학에서 중국 유학생들의 양적 유치에만 신경을 쓰고, 입학 후에는 방치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가르치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한국어 능력시험 5급(고급) 이상이지만 수업의 절반 이상을 못 알아듣는다. 중국인 유학생 수가 너무 많아 교수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어렵고, 동료 한국 학생들은 ‘능력도 안 되는 중국 애들이 장학금 받으면서 도피유학 왔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일쑤다.

왕차오(王超·26·건국대학원 석사)씨도 “중국인이라고 하면 모두 가난하게 보는 시선이 싫다”며 “대부분의 중국인 유학생은 중상층 이상이라 중국에 집이 2~3채씩 있는 집 자녀인데 그런 우리를 전세, 월세에 사는 몇몇 한국인이 낮춰 볼 때면 당황스럽다고 하는 몇몇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고 말했다. 2006년 유학을 온 왕빈(王彬·26·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3년)씨는 “드라마 속 친절한 한국인들만 생각했는데 지하철에서 내가 중국어만 하면 주변에서 수군거리며 불편한 시선을 던졌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중 중국인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은 건국대(1497명)를 비롯해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이 넘는 대학이 6개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에는 이들을 관리할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다. 베이징상하이, 산둥성 등에 현지 센터를 두고 입학시험을 치르는 한양대조차도 입학 후 오리엔테이션을 제외하고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가 거의 없다. 학교 홈페이지를 중국어로 볼 수 있고 국제처에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4명 둔 것이 전부다.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이 넘는 대학 6군데 중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도 거의 없다.

일부 대학에서 실시 중인 멘토링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대학들은 대학 소속 언어교육원 등을 통해 입학 직후 1학기 정도 한국인 학생을 멘토로 소개시켜 준다. 하지만 멘토와 멘티가 만나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건국대학교 내 언어교육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B(20)씨는 지난 4개월 동안 자신의 멘토에게 딱 한 번 연락해 함께 밥을 먹었을 뿐이다. 학기말이 되자 멘토인 한국 학생은 B씨와 매주 만난 것처럼 거짓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인 멘토에게 제공되는 장학금 50만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B씨는 “완전히 이용 당한 것처럼 느껴졌다”며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 같은 인위적인 제도 외에 서로 간에 진심 어린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세한 기사는 최신호(2135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