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남무성(42)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남 감독은 현역 재즈 평론가이자 재즈 만화가이면서 재즈바 주인인데, 이제 재즈영화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게 됐다. 다시 말해 그는 재즈 뮤지션만 아닐 뿐, 재즈와 관련된 일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사내다.

많은 재즈 애호가들이 그렇듯 남 감독 역시 어렸을 때는 '로큰롤 키드'였다. 그의 인생을 재즈로 우회시킨 것은 서울 방배동에 있던 재즈클럽이었다. 그곳에서 20대 초반부터 DJ로 일하던 남 감독은 혼자 오는 여자 손님의 말벗을 해주며 자연스레 재즈와 가까워졌다(그는 재즈와 가까워진 게 먼저라고 주장한다).

남 감독은 한국 최초의 재즈 매거진 'MM 재즈'를 창간했고 재즈 만화 시리즈 '재즈 잇 업'을 3권까지 출간했다. 지금도 서울 가로수길에서 '옐로 재킷'이라는 재즈바를 운영하며 여전히 여자 손님들과 재즈 이야기를 나눈다.

그가 '브라보! 재즈 라이프' 이야기를 꺼낸 것이 작년 가을쯤이었다. 한국 재즈 1세대 어른들이 하나 둘씩 작고하고 있고 은퇴를 선언한 사람도 있어, 누군가는 이들의 인생을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그가 메가폰을 직접 잡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작년 말, 친구들과 함께 통장을 털어 3000만원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대부분 80세를 바라보는 1세대 재즈 뮤지션들이 젊은 감독의 성의에 감탄하며 흔쾌히 나섰다. 많은 영화가 그렇듯, 애초 3000만원으로 잡았던 제작비는 1억원을 넘었다. 그는 작년 이맘때 "곧 새 승용차를 살 예정이니 신붓감만 구하면 된다"고 했었는데, 영화 때문에 승용차 말고 승합차를 샀다.

복잡다단한 촬영과 후반작업을 거쳐 드디어 '브라보! 재즈 라이프'가 개봉한다. 그의 농담처럼 "아카데미와 그래미를 동시에 거머쥘 만큼" 엄청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대중문화 불모시대였던 전후(戰後)부터 지금까지, 음악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사람들의 삶을 진지하고도 먹먹하게 담아낸 수작(秀作)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뮤지션들은 그 삶 자체가 한국 재즈사에 큰 족적으로 남았다. 남무성 감독 역시 트럼펫 한 번 불지 않고 큰 발자국을 남기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역사 기록의 현장을 목도하는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