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논설주간

아무래도 경제팀이 거품을 다시 만들기로 한 모양이다. 내년도 경제정책 운용에 버블을 잔뜩 집어넣은 후 온 나라를 구름 위에 올려놓을 기세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2011년 경제성장률을 4% 안팎으로 전망했다. 아무리 넉넉하게 보아도 4.5% 정도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정부는 성장률을 5% 안팎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욕심이 잔뜩 들어 있다.

올해 성장률은 6%를 넘겠다고 한다. 내년에 4% 성장한다면 경기후퇴나 침체로 보일 수 있다. 뒷걸음질하는 모양새가 싫어 정부가 5% 수준의 성장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욕심 속에는 정치와 선거가 꿈틀거린다.

내년에는 큰 선거가 없지만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기다린다.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새해부터 경기를 부추기려고 작심한 듯하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경기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부동산 값이 하락해 중산층이 자산가치 감소를 걱정한다는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 집값, 땅값이 어느 정도 올라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정부 내 경제팀 분위기는 어쩌다 100점짜리 답안지를 받아들고서 마치 천재가 된 듯 자아도취에 빠진 어린애 같다. 금융위기에서 가장 빨리 탈출했다고 자랑하고, G20(주요 20개국) 서울 회담을 성공시켰다고 우쭐해한다. 연평도 포격 때문에 G20 축제가 허공에 사라졌다고 누구보다 땅을 치는 사람들이 경제팀이다. 승진 파티가 군화(軍靴)에 밟혔다고 불평이다.

주체할 줄 모르는 경제팀의 몽상(夢想)은 취임 초부터 말썽이었다. 이 정권의 경제브레인들이 매년 7% 성장을 시키겠다고 허풍 떨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외환위기를 유발한 것이 바로 2년 전이다. 한국 경제는 4% 안팎 성장하는 게 정상궤도를 도는 사이클인데, 터무니없는 목표를 향해 고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다.

제 능력에 맞지 않게 밀어붙이면 경제가 탈이 나고 그러다가 제풀에 쓰러진다는 진리를 몰랐다. 김영삼 정권 때도 그랬다. '신경제'라는 이름 아래 돈을 풀어 무리하게 고속 성장 전략을 추진했었다. 자기 체력을 모르고 더 개방(開放)하고 중소기업들에 지원을 더 하는 방식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다 보니 정권 말기에 외환위기가 발생했었다.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완전히 달라졌다. 그전에는 경기 사이클이 천천히 오르고 내렸다. 30개월 이상 오르막길을 올랐다가 1년 반가량 내리막을 타는 곡선을 그렸다. 대충 50개월 만에 경기사이클이 바뀌었다.

지금은 해마다 바뀌고 있다. 때로는 몇 달 만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뒤바뀌는 일도 있다. 느긋하게 오르내리는 증상은 사라지고 급하게 달궈졌다가 돌연 식어간다. 과욕을 부리면 반드시 버블이 발생하고, 이보다 낮으면 고통스러운 비명이 상승한다. 이 때문에 경제 정책은 변덕스러운 경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가장 신경을 써야 한다.

경제팀 내에는 위기에서 기세 좋게 빠져나온 지금 더 치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지속해 수출 대기업들이 돈을 더 벌도록 해주자고 말하고, 친서민 정책에 재정지출을 더 늘리자고 부추긴다.

더 높은 성장, 더 따뜻한 복지(福祉)혜택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한국 기업이 세계에서 큰소리칠 수 있도록 더 밀어주자는 말에 시비 걸 수도 없다.

하지만 자아도취에 빠져 한 발 더 내딛는 정책이 뒤탈을 몰고 왔다. 김대중 정권 때는 외환위기에서 경기가 막 벗어나자 국내 소비를 진작하겠다고 나섰다. 길거리에서 대학생, 무직자에게까지 신용카드를 무더기로 발급해줬다가 카드대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내년에 어떻게든 '선거용 호황' 사이클을 만들겠다고 작심하면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 도박사는 외국인 투자자다. 지금도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움직임이 심상치 않지만, 내년에는 훨씬 큰 판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국내 개미 투자자들은 그 뒤를 따르다가 다시 상투를 잡거나 빠져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정권은 G20 성공에 푹 도취했다가 연평도에서 포탄 세례를 받았다. 경기호황의 황홀경을 억지로 연장시키려다가 어떤 버블 방사탄을 맛볼지 알 수 없다. 금리를 지금보다 더 올리고 재정 적자를 더 줄이는 경제 안정책이 절실할 때 경기부양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