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줄담배’를 피우는 등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지만 건강이나 정신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2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전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또 주한 미국대사관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때 식량난과 영양실조를 감추기 위해 규칙적인 식사와 비타민 등을 공급해 상봉 대상자들을 살찌게 한 뒤 상봉장에 내보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김영일 외무성 부상은 "영원한 적은 없다"며 미국과 관계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슈피겔이 보도한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 가운데 한반도 관련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김정일, 식사 내내 줄담배"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한 여성사업가는 중국 선양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김정일과의 면담내용을 알렸다.
   
묘향산 초대소에서 김정일을 개인적으로 만났다는 이 사업가는 "김정일이 건강이 좋고 정신도 또렷했다. 모든 것을 마음먹은 대로 통제하는 듯했다. 상세한 부분까지 파고들고, 카리스마가 있었으며, 기억력이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뇌졸중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건강에도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전문에 따르면 김정일은 1시간의 공식 면담이 끝나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였고, 저녁 식사 전에 샴페인을 마셨다. 식사 중에는 위스키 칵테일을 곁들였고 식사 내내 줄담배를 피웠다. 김정일의 실질적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 별도의 소파에 앉아 면담 내용을 메모했다.

◆"선양 북한 영사관은 경제 조직"
중국 선양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한 정보원은 선양주재 북한 총영사관이 본질적으로 정치가 아닌 상업적인 목적의 조직이라고 보고했다. 이 정보원은 "영사들의 주임무는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이 되는 사업가에게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예를 들어 전화 한 통이면 서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을 잘 안다는 다른 정보원은 2009년 나진·선봉시가 갑자기 러시아, 중국 상인들로 북적거렸다고 알렸다. 하지만 이곳을 여행하는 모든 외국인은 입국할 때 휴대전화를 북한 당국에 맡겨야 하고, 통화를 원하는 사람은 북한 휴대전화를 개통해야 했다. 개통비와 휴대전화 가격이 1000달러가량이었고 외부로 거는 전화 요금은 1분에 1.75달러였다.
   
한 사업가는 대북 사업과 관련해 "단계마다 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당 고위층은 중국초상은행(中國招商銀行)에 수백만달러의 돈을 예치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북 김영일, 중·러 비판"
미국의 외교전문은 북한 외교관들이 국제무대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몽골 주재 미국 대사관의 전문에는 김영일 북한 외무성 부상의 몽골 방문 당시 북한 외교관들의 행동이 나타나 있다.

미국 외교관은 "북한 대표단은 준비된 원고를 읽지 않았다. 그들은 공격적이지 않았고 미국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유엔에서 대북 결의를 지지했다며 서너차례나 비판했다"고 전했다. 김 부상은 "세상에 영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식량난
2009년 8월 주한 미국 대사관은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북한이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전문을 보냈다. 전문은 "북한은 충성도를 근거로 상봉 대상자들을 선별한 뒤 평양으로 데려가 제때 식사를 주고 비타민을 공급해 살을 찌웠다.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식량난과 만성적인 영양실조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은 또 한국측 상봉단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선물'과 함께 연회 비용 명목으로 1인당 50달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경제개혁 의지 있지만 먼 길이 될 것"
선양 총영사관의 올해 1월 비밀전문은 '대북사업과 관련된 거물급 인사'를 인용해 "북한의 화폐개혁은 당 고위층의 '갈수록 커지는 불안감'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 인사는 또 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은은 경제 개혁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지만 먼 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은 “북한은 중국이 147개 관광추천국이나 137개 투자추천국에 북한을 포함시키지 않아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과 관계개선을 희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2012년을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의 원년으로 선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