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군 당국이 백령도 등 서해 5도에 정밀타격 무기를 배치하기로 한 가운데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진 무기가 적합한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동굴(갱도)진지 안에 들어 있는 북한 해안포를 파괴하는 타격무기 정도로 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 내륙까지 공격 가능한 전략타격 무기를 배치할지가 초점이다.

국방부는 지난 29일 국회 국방위에 '서북도서 긴급전력 보강 소요'를 제기하면서 정밀타격 유도무기 884억원(내년도 착수금은 20억원)을 포함시켰으나 구체적인 무기 이름은 명시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들은 서해 5도에서 10~20㎞범위 내에 있는 북한 해안포를 파괴하는 데는 이스라엘제인 '스파이크 NLOS'가 적합해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파이크 NLOS의 사정거리 2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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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합참에서 국회에 제출한 대외비 문서에는 필요한 무기의 사정거리를 '75km 이상'으로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후방에 있는 장사정포나 전략시설까지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의 필요성을 일부에서 제기했고 이럴 경우 이스라엘제인 '딜라일라(Delilah)'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군 당국은 국회 보고자료에서 딜라일라의 사진도 첨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딜라일라는 항공기나 함정, 지상에서 발사될 수 있으며 최대 250km 떨어진 적 레이더 기지 등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백령도에서 250㎞면 평양의 주석궁 등 전략 목표물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다.

성능은 딜라일라가 스파이크 NLOS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가격은 딜라일라가 1발당 100만달러로 스파이크 NLOS(1발당 30만달러)보다 3배가량 비싸다. 이 때문에 서해 5도를 지키는 해병대의 입장에선 스파이크 NLOS면 충분한데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딜라일라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시급히 배치해야 하는데, 딜라일라 지대지(地對地)형은 아직 개발 중이어서 군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군과 정부 수뇌의 의견이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청와대 등 윗선에선 딜라일라 등 '롱 펀치'를 원하는 것 같고, 군은 스파이크 같은 '숏 펀치'를 원하는 것 같다. 정부 수뇌는 전략타격을, 군 지휘부는 전술타격을 원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 등이 백령도에 사정거리 300~500㎞의 탄도·크루즈(순항) 미사일을 배치해 전략타격 기지로 만들려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 일각과 군의 시각이 엇갈린다. 군측에서는 북한과 가까운 백령도에 전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탈취 가능성 등 위험부담이 있다는 의견이다. 국방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도 "장거리 미사일은 거리 개념이 아니라 결심과 타이밍의 문제인데 굳이 서북 도서에 배치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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