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배트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배트맨의 조수격인) 로빈이다."

2008년 말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이 러시아의 두 지도자를 비교한 표현이다. 서열이 푸틴 총리보다 높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푸틴 총리의 조연 역할밖에 못 한다는 평가가 담겨 있다. 푸틴 총리에게는 '알파 독(Alpha Dog·무리 중 가장 지배적인 남성)'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8일 공개한 지난 3년간의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는 각국 지도자에 대한 적나라한 평가가 많다. 영국 가디언지(紙)는 "비(非)외교적 언사로 된 다채로운 말 잔치"라고 보도했다.

북한김정일은 '무기력한 늙은이(flabby old chap)'로 묘사됐다. 건강상태에 대한 평가다. 미 외교관들은 김정일이 뇌졸중 후유증으로 "육체적·심리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본부에 보고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의 지도자답지 않게 무기력하고 헛된 자만심만 강하며 일 처리는 비효율적" "정치적·육체적으로 허약한 지도자" "밤늦게까지 파티를 벌여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들이 따라붙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선 "다른 사람의 비판과 모욕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권위주의적 성향이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겐 "위험을 회피하고, 별로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낮은 평가가 내려졌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미친 늙은이(crazy old man)',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히틀러'로 묘사됐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 대해선 "어떤 사실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을 반대하는 아주 괴상한 얘기나 음모를 전달하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휘둘리는 극도로 허약한 남자"라며 "편집증 환자(paranoid)"로 깎아 내렸다. 미외교관들은 리비아 최고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대해선 "물 위를 비행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육감적인 금발미녀인 우크라이나 출신 간호사 없이는 도대체 여행을 하지 않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