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2세 출신 기업인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고용승계 문제로 마찰을 빚은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매 값’이라며 돈을 건넸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하고 있다.

액체운반용 화물차인 탱크로리 운전사 유모(52)씨는 2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물류업체 M&M의 전 대표인 최모씨(41)씨가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신을 야구 방망이로 10여 차례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지난 2002년 M&M을 설립해 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11월 사임한 뒤 M&M 자회사의 사장으로 있다.

유씨가 폭행당한 부위를 촬영한 사진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인 유씨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합병한 M&M이 자신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부하자 SK 본사 앞 등에서 최근 몇달 동안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유씨는 "맞은 날은 M&M 측에서 고용승계 대신 내 탱크로리 차량을 사겠다는 제안을 해서 사무실에 갔던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최 전 대표를 처음 봤다"고 말했다.

유씨에 따르면, 최씨는 탱크로리 차량을 M&M 측에 팔기 위해 사무실을 찾은 유씨를 M&M 임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알루미늄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때린 뒤 ‘매 값’이라며 2000만원을 수표로 건넸다. 이어 최씨는 5000만원에 탱크로리를 넘긴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쓰게 했다. 유씨는 "폭행을 당한 이후 전화로 사과를 요구했으나 M&M의 임원들은 이를 거절하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사건이 일어나기 10일 전 M&M측이 유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었다. 회사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 액수는 폭행 후 유씨가 받은 금액과 같다.

유씨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유씨 측과 향후 대응방안을 상의하고 있으며, 오늘이나 내일 중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형사사건 처리 추이를 지켜보고서 민사소송도 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매값 폭행’ 관련 보도를 접하고 내사에 착수했으며, 사실 관계 확인을 거쳐 조만간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M&M 관계자는 “(최 전 대표는) 출장을 떠나 다음주 쯤에야 돌아올 예정이다”며 유씨측의 폭행 피해 주장에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매값 폭행’이 알려지면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최씨의 구속을 요구하는 이슈 청원이 올라왔고, 이날 오전까지 3400여명이 서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