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5일 밤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퇴를 전격 결정한 직접적인 배경은 '확전 자제' 발언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천안함 사건에 이어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비판 여론을 고려한 때문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김 장관 교체를 발표하면서 "최근 연속된 군 사고와 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오늘 사의 수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속된 작전 실패의 책임을 물었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23일 포격 상황 당시부터 군(軍)의 대응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의 공격이 계속되던 때라 대응 사격이 늦었던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방법의 대응 타격이 기대에 너무도 못 미쳤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왜 연평도에 K-9 자주포 말고는 대응 타격 수단이 없나" "왜 1분에 한 발 정도밖에는 타격이 안 되나" "왜 군은 전폭기 공격도 안 된다고 하나"며 군의 대응에 답답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당일 밤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서 "군은 100번의 성명보다 행동으로 말해야 한다"고 한 것도 지나치게 군 지휘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질타한 것이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또 "군이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대통령이 말려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니냐. 그런데 어떻게 군이 교전규칙만 들먹이고 있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거기에 이 대통령의 첫 지시가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였다고 전해진 과정에서 군 관계자들이 관여된 것도 김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배경이 됐다.

청와대 자체 조사 결과 대변인을 통해 그런 메시지가 나가도록 한 과정에 이날 김 장관과 함께 교체된 김병기 국방비서관이 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언급은 않지만 김 장관이 다음 날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으로부터 '확전 자제' 지시를 받았다"고 한 것도 전격경질의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그렇게 답변하면서 많은 국민은 대통령이 실제 그런 지시를 내린 것으로 믿게 됐다"며 "그 결과 정권에 큰 부담이 갈 정도로 큰 여론의 비판을 청와대가 받게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23일 북의 연평도 포격도발 직후 소집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에 김 장관이 오지 않자 "국방장관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이 국회 예결위에서 답변대기 중이라는 말을 듣고 "지금 어느 때인데…"라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아직 포격 도발의 수습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을 교체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다 25일 저녁, 청와대 자체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최종적으로 경질을 결정했다.

지난해 9월 23일 취임한 김 장관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연달아 겪으면서 결국 1년2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그러나 정치적 감각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 김 장관이 연평도 포격 당일인 23일 청와대에서 이미 공식 부인한 '확전 자제' 발언을 왜 다음날 국회에서 '실수'로 시인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InfoGraphics] 대청해전·연평해전 등… 2000년 이후 북한의 주요 도발 일지]

[찬반토론]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의 수용 vs. 전격 경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