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서해 연평도를 향해 무차별 포 공격을 감행하면서 백령도 등 서해 5도 지역을 방어하는 우리 군 능력이 북측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그동안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시키려고 끊임없이 도발해 서해가 '한반도의 화약고'가 됐는데도 우리 군이 이 지역 방어전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연평도·백령도에 배치된 전력은 과거 상륙 위험을 고려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포격전이 심각한 문제로 전력 보강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 지역에서 북한군이 이미 새로운 도발 방식을 도입했지만 우리 군의 대응은 이를 포착하거나 따라가지 못했다고 고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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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향후 대책과 관련, 백령도에 있는 K-9 자주포를 6문에서 12문으로 늘리고, 사거리가 짧아 적의 해안포·곡사포에 맞서 대응사격을 할 수 없는 105㎜ 견인포는 155㎜ 자주포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군 관계자는 "서해 방어의 경우, 지금까지 우리 군이 연평해전과 같은 함정 간 전투나 섬·해안에 대한 침투 저지에 초점을 맞춰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적의 포 공격은 충분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해의 전략적 중요성에 비해 우리 군 전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날 도마 위에 올랐다. 북한군의 경우 서해 지역을 맡고 있는 4군단은 북한군 총참모장 출신인 김격식이 이끌고 있으며 예하에 병력만 수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백령도와 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는 우리 해병대 병력은 5000여명 정도다. 적이 대규모 국지도발을 감행할 경우, 우리 군이 서해 5도를 제대로 방어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해 5도 지역은 최근까지 전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국방개혁'이 진행돼 왔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서해 지역을 맡고 있는 해병대 전력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는데, 이 안에 따르면 해병대 병력은 2020년까지 3200명이 줄고 6여단도 연대급으로 축소되는 것으로 돼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국방부 차원에서 해병대 감축안을 원점으로 돌리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서해 지역은 감축이 아니라 보강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해에 배치돼 있는 무기체계도 북한군에 비해 파괴력 면에서 불균형이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북한군은 장산곶과 사곶, 해주, 옹진반도, 개머리, 무도 등 서해안 주요 해안 기지와 섬에 130㎜ 대구경포와 170㎜ 자주포 등 1000여문의 해안포·곡사포가 우리 쪽을 향해 포문을 겨누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포 중 적 진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것은 K-9자주포(사거리 40㎞)와 155㎜ 견인포(사거리 30㎞) 정도다. K-9 자주포는 연평도와 백령도에 각 6문, 155㎜ 견인포는 백령도에만 6문이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3일 북한군 포 공격 때 우리 군은 연평도에서 K-9 자주포로만 대응사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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