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판정시비로 대만에서 '반한'(反韓) 시위가 격해지자, 국내 네티즌들도 '반(反) 대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만 국민들이 태극기를 찢고 불태운 것은 묵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대만 국민들은 지난 17일 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 49kg급 예선에서 자국의 양수쥔(25)이 실격패한 것을 두고 "한국이 개입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양수쥔은 베트남 선수와의 1회전에서 양발 뒤꿈치에 탈부착식 전자센서 패치를 붙인 사실이 밝혀져 규정위반으로 실격처리됐다. 양수쥔 측은 "경기 전 1·2차 장비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다"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만 국민들은 다음날인 18일 총통부 앞으로 몰려가 반한 시위를 벌였다. 태극기를 찢고 불태우는가 하면, 대만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산 라면을 발로 밟아 부수기도 했다. 대만 방송사들은 이를 카메라에 담아 중계했다.

차이나타임즈(news.chinatimes.com) 캡처

이 같은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한국 네티즌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심판 판정에 문제가 없었고, 이날 판정을 내린 주심은 필리핀 사람인데 한국에 반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조선닷컴 독자들은 "흥분한 감정은 이해하지만 이걸 우리 심판과 엮어서 해석하는 건 문제"(아이디 hih1***), "우수 선수의 실격패는 안타깝지만, 심판한테 항의하고 전말을 따져야지 (태권도) 종주국의 태극기를 불태우는 것은 문명인의 자세가 아니다"(5505***) 등의 댓글을 관련기사에 달았다. "아무리 봐도 대만인이 한국인에게 컴플렉스가 있는것 같다. 얼마 전까진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소리까지 들었는데.."라는 의견도 있었다.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대만 선수 과실이 분명한데 왜 한국에 분풀이냐", "항의를 하더라도 정도껏 해야지, 남의 나라 국기를 찢고 불태우는 게 웬 말이냐. 정부 차원에서 항의해야"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평소 대만사람들이 경제나 외교 등에서 한국에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때 우방국이었던 한국대만은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관계가 급격히 멀어졌다. 당시 대만인들은 한국이 대만과 국교를 단절한 것에 대해 크게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가요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대만 현지에서 한국인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학생, 주재원 분들은 외출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몇몇 대만 상점에서는 손님들의 국적을 확인해서 한국인일 경우 쫓아내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앞서 지난달 23일 대만에서 열린 대륙간컵 야구대회의 한국-대만전에서는 일부 관중들이 '천안함 폭파하듯 한국을 때려부숴라'는 팻말을 들고 응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따라 19일 오후 열리는 한국과 대만의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관련영상 바로가기] 대만, 태권도 실격이 한국 탓?… 반한 데모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