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서 볼링은 한국의 '장뇌삼 밭' 같은 종목이다. 1998년 방콕 대회(금2·은3·동1)부터 2002년 부산(금3·은2·동2), 2006년 도하(금4·은4·동3)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종합 2위 수성에 톡톡히 한몫을 했다.

이번 목표는 볼링에 걸린 금 12개 중 7개를 가져오는 것이다. 남녀 개인전과 마스터스, 2·3·5인조, 개인종합 중 2·3·5인조 경기는 개인당 6게임을 쳐 해당인원의 성적을 합쳐 순위를 가린다.

개인종합은 개인전과 2·3·5인조 성적 합계로 메달을 가리며 마스터스는 개인종합 1~16위가 다시 풀리그를 벌여 금메달을 다툰다. 지난달 톈허 볼링홀에서 열흘 동안 적응훈련을 가진 대표팀은 자신감이 넘쳐 있다.

당초 중국은 보안을 이유로 타국 선수들의 훈련을 금지했지만 대표팀은 중국 팀의 한국 전지훈련을 약속하며 레인에 적응할 시간을 벌었다. 볼링에서 중요한 것은 레인 위의 기름이다.

기름이 볼링의 훅(hook·일정 방향으로 가던 공이 궤도를 바꾸며 꺾이는 것)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광저우의 레인은 기름이 파울라인에서 10.67m(35피트)까지 퍼져 있는 쇼트 레인과 13.72m(45피트)까지 분포한 롱 레인으로 나뉜다.

대표팀 관계자는 "전지훈련을 통해 태릉 레인보다 강한 마찰력을 보이는 광저우 레인에 적응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5000여만원을 들여 사들인 첨단장비 '캐치'도 훈련에 큰 도움이 됐다.

'캐치'는 공의 궤적과 회전수, 속도 등을 10대의 특수카메라로 촬영해 수치화하는 기계다. 이런 가운데 16일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황선옥(22·평택시청)이 최대 6관왕을 노린다.

황선옥이 쾌거를 이루면 아시안게임 단일 대회 최다관왕(86년 금 4개· 양궁 양창훈) 기록을 바꿀 수 있다. 도하 아시안게임 3인조에서 우승한 황선옥은 2009년 세계선수권 2인조와 5인조 경기에서 우승한 실력자다.

18일 2인조 경기에 나서는 황선옥은 "이제부터는 팀 경기이기 때문에 동료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매 경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도하 2관왕인 간판 최진아(26·대전시청)도 다관왕 후보다.

최진아는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개인종합 1위를 하며 세계를 호령했다. 왼손 볼러인 그는 공을 던질 때 팔이 지면과 90도를 이루게 치켜드는 역동적인 폼으로 유명하다.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남자는 2008년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1위 최복음(23·광양시청)이 에이스다. 지난해 100여국이 참가한 볼링 월드컵에서 우승한 최용규(23·부산광역시청)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남자 볼링은 17일 2인조에선 메달 수확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