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 디지털뉴스부장

지난 9월 말, 각각 이용자가 6억명과 3억명에 달하는 중국의 최대 인터넷 포털인 텐센트(騰訊)와 치후360이 맞붙었다. 싸움은 치후360측이 "개인 정보가 유출된다"며 '360 세이프'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비롯됐다. 치후360의 회원 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텐센트측은 보복 조치로 자사의 최대 인터넷 메신저 프로그램인 QQ를 치후360 이용자들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이용자의 편의(便宜)보다는 자사의 자산(資産)인 이용자 데이터베이스 보호를 앞세운 공룡 포털들 간의 이 싸움은 10일 중국 정부의 '분쟁 중단' 행정명령으로 일단 수그러들었다.

미국에선 구글과 페이스북이 맞붙었다. 서로 보유한 수억 명의 이용자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최소한'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정책이 낳은 결과였다. 싸움은 페이스북이 걸었다.

가입자가 이미 5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에서, 한 이용자가 자신의 지인(知人)이 이미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는지를 알아내 친구로 등록하는 손쉬운 방법은 페이스북의 '친구 찾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은 야후·네이버 같은 다른 포털의 이메일 서비스에서 자신이 연락한 적이 있는 이들이 페이스북에도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자사의 이용자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구글의 접근을 막자, 구글도 지난 5일 페이스북 상에서 이용자가 자사의 gmail(구글 이메일) 계좌를 훑어 볼 수 있는 기능을 차단했다. 정보의 '공개(openness)'를 모토로 출범한 구글이 폐쇄적인 페이스북에 '폐쇄'로 맞대응한 것이다.

이런 폐쇄적인 웹(web) 정책은 인터넷 웹사이트의 주류(主流)가 '검색'과 '뉴스'에서 점차 '친목'으로 옮겨가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최대한의 사람이 자사 웹사이트 안에만 머물며 필요한 모든 뉴스와 정보를 접하고 서로 연락하게끔 하려다 보니, 인터넷 공룡들끼리 서로 '벽(wall)'을 세우는 것이다.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아, 네이버의 단문(短文)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미투데이(me2day)'가 '친구 찾기'를 위해 접근할 수 있는 타(他) 웹사이트는 gmail과 MSN에 불과하다. 대형 포털들은 저마다 배타적인 '친목의 성(城)' 쌓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15년 전 인터넷이 웹의 형태로 일반인에게 다가왔을 때의 정신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었다. 이전까지 '섬'처럼 존재하던 기업·정부 기관·민간 단체의 네트워크들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개인은 어디에 있든지 특별한 허가 없이 전 세계의 공개된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는 인터넷의 융성(隆盛)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거대 웹사이트들이 저마다 '성 쌓기'에 몰두하는 지금의 모습은 인터넷을 웹이 융성하기 이전 단계로 되돌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