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들이 '김정일 체제'를 선전하고 한국 사회를 비난하는 공연단에서 활동중이라고 28일 대북 인터넷매체 데일리NK가 전했다.

이 매체는 22명의 북송 장기수들이 가족과 함께 북한체제 찬양조의 노래와 연설을 하는 동영상을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지난 2월 15일 평양의 ‘운정관’이라는 공연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비전향 장기수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송이 결정됐다. 그해 9월 2일 판문점을 통해 북송이 이뤄졌으며 북한 당국은 이들에게 '공화국영웅' 칭호를 부여했다. 당시 북송된 장기수들은 빨치산 출신 13명, 간첩 출신 46명, 인민군 출신 4명으로 70% 이상이 남파간첩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에는 인민군 출신으로 최장기간인 45년간 복역생활했던 김선명씨 등 22명의 장기수들이 나온다. 대부분 고령인 북송 장기수들은 이 동영상에서 전원 양복 차림에 훈장을 달고 ‘아버지 장군님 고맙습니다’ 같은 가사의 노래를 합창했다.

이재룡(67)씨는 북한에서 맞은 아내와, 김정일이 ‘축복’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는 딸을 데리고 나와 ‘축복받은 나의 삶’이란 노래를 불렀다. 리두균(84)씨는 자신보다 나이로는 손아래인 김정일을 “영원히 아버지로 모시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의 시를 낭송했다.

북송 이후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김중종(85)씨는 강연에서 “(북한에) 오기 전 고향인 경북 안동에 가봤는데 1950년대보다 낙후돼 있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공화국 방방곡곡을 다 돌아다녀 봤는데 과거와는 천양지차다. 위대한 수령님의 유훈대로 기와집에 이밥(쌀밥)에 고깃국 먹고 살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북한의 발전상을 찬양했다.

소식통은 이들의 공연이 김정일 생일(2월16일), 김일성 생일(4월15일), 공화국창건일(9월9일) 등 북한의 주요 정치기념을 전후해 수일씩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동포방문단이 공연을 관람할 경우에는 “고생한 비전향장기수들을 그냥 방문할 수 없지 않느냐”며 후원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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