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국회의사당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해태상 2개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

국회 입구 좌우에 암수 1쌍으로 놓인 이 해태상은 1975년 여의도에 국회의사당을 신축하면서 함께 세워졌다.

국회의사당은 1975년 이전까지는 현재 서울시의회 의사당으로 쓰이고 있는 옛 부민관(조선시대 공연장)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었다.

국회 소식지인 '국회보'에 따르면 1966년 국회 내 의사당건립위원회가 조직된 이후 9년이 지나 국회의사당 완공을 맞은 국민들은 국회의사당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국회에 보내왔다. 역사 소설가로 당시 예술원 회장을 지냈던 월탄 박종화 선생은 "악귀를 물리치고 화기(火氣)를 막는 해태상을 만들어서 국회의사당에 화재가 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국회에 건의했고 이 소식을 들은 해태제과 측에서 1쌍의 해태상을 기증하게 됐다.

숨겨진 사실은 해태제과 측이 해태상을 기증하면서 자사에서 만든 포도주 100병을 함께 기증했고 그 포도주들이 큰 항아리에 담긴 채 지금까지 해태상 밑에 묻혀 있다는 것이다.

해태제과 측은 "선악과 시시비비를 가릴 줄 아는 동물로 알려져 예로부터 지역 관아마다 상을 세워뒀던 해태의 이미지와 입법기관인 국회의 이미지가 잘 맞는다"며 기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해태가 자사의 주고객층인 어린이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상상의 동물인 만큼 국회의사당을 견학하는 학생들에게 홍보를 겨냥한 해태제과 측의 포섭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해태제과 측은 당시 포도주 100병을 묻고 그 위에 해태상을 세우면서 100년이 지난 2075년에 개봉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그때 쯤이면 한국의 민주주의도 분명히 꽃필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다고 전해진다.

국회사무처 관리국 윤형섭 시설과장은 "35년 전의 일이라 해태상이 세워졌던 당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며 "100년 뒤에 축배주로 쓰기 위한 목적으로 포도주 100병이 묻혀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