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에 소개된 적이 있는 점집 하는 이철용 전 의원을 며칠 전 만났습니다. 이전 제작노트에서도 밝혔듯, 점집을 찾아가겠다 물어오는 독자들께 여러 이유로 전화번호를 알려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IT강국 대한민국 독자들은 인터넷에서 기어코 전화번호와 위치를 확인해 점집으로 찾아갔답니다. 이분은 하루에 7명까지만 보는데, 하루에 서른명이 찾아온 적도 있답니다. 그가 이런 얘길 들려줬습니다. 예전에 다른 신문에 기사가 나갔을 때는 좌파 인사들이 많이 찾아왔고, 또 다른 이들 중에는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경우도 꽤 있었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독자들은 유독 전문직이나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점잖고 교양 있는 분이 많았다네요. 이철용씨는 "신문마다 독자가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공연히 제가 잘난 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성애 커플이 자주 나오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어떤 이들은 이 드라마가 동성애를 미화하는가 하면 그럴 마음도 없는 이들에게 이들을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게 불편하다고 합니다. 반대로 비로소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의 심리적 금기선이 무너졌다고 찬사를 보내는 이도 있습니다. 둘 다 맞는 얘기입니다. 동성애자로 살 권리, 그들을 좋아하지 않을 권리, 모두 존중받아야 하니까요. 대신 누군가의 삶의 방식을 섣불리 비난하는 일은 좀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한경진 기자가 만난 황의건씨(B7면)도 바로 그런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하는데요. 이번 기사도 돌을 많이 맞게 될까요?

▨ "야구 외에는 그 어떤 사생활도 얘기하지 않겠다"던 야구선수 조성민씨를 김윤덕 기자가 장시간 인터뷰했습니다. 김 기자는 누군가의 입을 열게 하는 '개구계(開口界)'의 신성 같습니다. 학창시절엔 박찬호보다 더 주목받았던 조성민은 고 최진실씨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세상 욕이란 욕은 혼자 다 먹었습니다. 그에게 달린 악플만 해도 아마 수십만개는 될 것이고, 이번 기사에도 수많은 악플이 달릴 겁니다. 그런데 김윤덕 기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얘기를 하다 보니 정말 최진실을 좋아했던 것 같더라." 생전 최진실과 절친했던 이는 이런 말을 전해줬습니다. "최진실은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조성민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더라." 삼류 잡지의 헤드라인 같은 문장,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이 생각났습니다. 신파적 표현이 영원한 건, 삶의 진실을 이만큼 적절히 축약하는 말도 드물기 때문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