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본·한국이 美 압력에 밀려 통화절상 단행한 뒤 경제충격 받지 않았나

위안화 대폭 절상땐 수출 큰 타격받아 中 기업들 대거 파산 세계 경제도 위기 온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6일(현지시각) 중·유럽 비즈니스 정상회의 연설에서 유럽연합(EU)에 두 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EU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위안화 절상(切上) 압박에 동참하지 말아달라"는 것과 "위안화를 급격히 절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 의회 주장대로 위안화를 단기간에 20~40%씩 절상하면 중국 성장의 30~40%를 담당하고 있는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산업에 종사하는 수천만명의 농민공(도시 이주 농민)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감당하기 힘든 사회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중국 학계에서는 1970년대 독일, 1980년대의 일본과 1990년대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밀려 통화 절상을 단행한 뒤 받은 경제적 충격을 실제 사례로 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SAED)에서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중국은 대신 '글로벌 무역 불균형(global imbalance)' 해소 방안으로 연간 3% 내외의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과 미국 제품 구매 확대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원 총리가 이날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이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극언을 한 데 대해 미국을 향해 던진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 총리가 지난달 하순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했을 당시 미국이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리에 위안화 절상 문제로 망신을 준 데 대한 불쾌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당시 오바마 정부 고관들이 앞다퉈 위안화 절상 문제를 제기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1시간 50분 동안 원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1시간 30분이나 이 문제를 거론했다"면서 "중국 관가에서 '아무리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지만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세계 무역 불균형은 크게 저평가된 통화를 인위적으로 유지하는 신흥시장이 주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솔선수범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도 말 안들어

미국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갈수록 가열되는 환율 마찰에서 중국이 솔선수범하라는 압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까지 통화절상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건다는 것이다. 티머시 가이트너(Geithner)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의 위안화로 인해 발생하는 전 세계의 '환율전쟁'에 대해 또다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가이트너 장관은 6일 브루킹스연구소에서의 연설을 통해 "외환시장의 문제는 통화가 저평가됐음에도 절상에 저항하는 신흥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평가된 통화를 가진 나라들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신흥시장에 인플레이션과 자산의 '거품'화 현상을 일으키거나 소비성장이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자신이 언급하는 국가가 일본이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중국을 겨냥했음을 시사했다. "현저하게 저평가된 통화를 가진 나라들의 조치가 특히 중요하다"는 말로 즉각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가이트너 장관의 이날 발언은 이번 주 시작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를 앞두고 미국의 입장을 재차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가이트너 장관이 밝힌 대로 위안화 문제가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이 이미 일본을 능가하는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됐음에도 환율을 인위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무역 수지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안화가 최대 40% 평가절하돼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는 미국은 이번 IMF·세계은행 연차총회는 물론 다음 달 서울 G20 회의에서도 환율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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