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가정에 맡겨진 아이들, 6년 새 2배 이상 늘어]

부모 이혼·별거·가출 등이 원인… 원래 가정으로 복귀 14% 불과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김수지(가명·13)양의 부모가 이혼한 것은 2년 전이다. 어느 날 한밤중에 낯선 아저씨들이 집에 들이닥치고, 수지의 휴대전화에까지 빚 독촉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수지의 엄마는 약을 집어삼키고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고, 그 무렵 아빠는 종적을 감추었다. 곧 수지의 엄마마저 가출했다.

주민센터로부터 '요보호 아동'으로 지정된 수지는, 무직 상태로 수입이 거의 없는 할아버지 집에 들어갔다. 위탁보호라고 불린다. 정부는 수지의 할아버지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수지양은 "점점 가물가물해지는 엄마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모의 별거나 이혼·질병·수감 등의 이유 때문에 버려지는 아이들의 숫자가 최근 6년 동안 갑절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모가 키우기 불가능해 조부모나 친·인척, 다른 가정으로 위탁되는 아동의 숫자가 2003년 7565명에서 지난해 1만6608명으로 6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특히 위탁아동의 사유 중 부모의 별거 및 가출이 28%, 이혼이 32.9%로 전체의 60.9%를 차지했다. 버려진 아이들의 열 명 중 여섯 명이 가정해체 때문이란 얘기다. 또 위탁된 아이들이 부모의 재결합 등으로 다시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는 경우는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된 아동들이 제대로 생활하는지 점검해야 할 상담인력은 매우 부족해, 상담원 1인당 관리하는 위탁 아동은 23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50~60명, 네덜란드 25명, 미국(메릴랜드 주) 20명, 호주 10명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실정이다. 최 의원은 "버려진 아이들이 단순 보호 차원을 넘어서 다양한 자립 프로그램을 접하게 하고, 상담원과 보다 긴밀하게 대화해나가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요양시설 환자 절반이 10년 이상 장기 입원]

입원시킨 뒤 일부러 연락 끊어… "가족들 반대로 퇴원 못하기도"

1985년 12월 7일, 당시 18세이던 이미연(가명·43)씨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인천의 한 정신요양시설(요양원)에 입원했다. 이씨는 지능이 낮고 정신분열증 등의 정신장애가 있었다. 이씨의 어머니는 딸을 맡기며 1년치 입원비를 선납했다. 요양원에서 6~7개월쯤 후 이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거니 가족들이 모두 파라과이로 이민을 간 뒤였다. 1997년 무렵 이씨는 무연고자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됐고, 현재까지 25년간 이 요양원에 머물고 있다.

38세 정도로 추정되는 남성 A씨는 1990년 인근에 버려져 이 요양원에 들어왔고, 7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할머니 B씨 역시 홀로 떠돌다 1986년에 요양원에 들어왔다. 요양원 관계자는 "가족과 연락이 끊긴 환자들은 퇴원시키면 거리 부랑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보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국 59개 정신요양시설에 입원한 환자의 절반 정도가 10년 이상 장기입원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유재중 의원(한나라당)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요양원 입원환자 1만1703명 중 10년 이상 입원자가 5688명(48.6%)에 달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중 20년 이상 입원환자는 2297명, 30년 이상 486명, 40년 이상의 초장기 입원환자는 22명이었다. 이는 가족 등 보호의무자가 환자를 입원시키고 연락을 끊는 등 의도적으로 돌보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유 의원은 설명했다.

정신보건법상 정신요양원 환자들은 6개월마다 퇴원 심사를 받도록 하지만, 환자 가족이 퇴원을 바라지 않으면 강제하기 어렵다. 한국정신요양협회 관계자는 "오랜 기간 환자에게 시달리던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요양원"이라며 "퇴원 심사에서 가족들이 강경하게 반대해 퇴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