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서영 서강대 영문과 교수

요즘 사이시옷 사용이 부쩍 헷갈린다. 어째서 '최소값'이 아니고 '최솟값'이며, '홧김'은 옳은 말인데 왜 '홧병'은 '화병'으로 써야 할까? 특히 '등굣길', '북엇국' 같은 단어는 낯설기까지 하다.

사이시옷은 1988년 맞춤법 개정안에서 한자어-한자어 결합에는 6개의 예외(숫자, 툇간, 횟수, 셋방, 곳간, 찻간)를 제외하고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도록 되어 있다. 고유어-고유어 및 한자어-고유어(고유어-한자어) 합성어에는 사잇소리가 날 경우에만 사이시옷을 쓰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새 규정은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 편찬에, 2009년부터는 초·중·고 교과서에 적용됐다. 개정은 22년 전에 됐지만 정작 학교에선 작년부터 반영돼 급작스런 변화로 느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애초부터 모호하다. 이를테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인사말'이 나오지만 대부분 '인삿말'로 발음한다. 반면 사전에 실린 '장맛비'는 '장마비'와 발음이 완연히 다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합성어의 사잇소리는 그때그때 달리 말하고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1999년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종자돈'이, 현재 인터넷판에는 '종잣돈'으로 실려 혼돈을 준다.

또 맞춤법 규정을 따르려면 단어의 구조 분석을 해야 한다. 초점, 전세방, 피부병처럼 한자어로만 합성된 경우는 사이시옷을 쓰면 안된다. 그러나 '하굣길', '고양잇과'같이 한자어와 고유어로 합성된 단어는 사이시옷을 어떤 경우에 써야 할지 혼란스럽다.

이런 혼란은 소리 나는 대로 써야 한다는 것과 한자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만족시키려 해서 생긴 것이다. 하지만 발음에는 변화가 있고, 한자 어원에 대한 인식도 희미해졌다. 더구나 맞춤법 개정 전에는 한자어에도 사이시옷을 넣어 '촛점', '욧점', '칫과'로 썼고, 합성어에 대한 인식도 지금과 달라 '최대값', '등교길'로 썼다. 그런데 이젠 어원 분석까지 해서 사이시옷을 써야 하는 셈이 됐다.

분명한 것은 표기 규정을 학술적인 문제가 아닌 언어정책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혼란스런 사이시옷 문제를 보면 우리의 언어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일단 결정됐으니 따르라고 하기에는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므로 단순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