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에는 한국폴리텍Ⅲ대학 강릉캠퍼스가 있다. 이 대학 산업잠수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날씨가 좋으면 잠수장비를 들고 경포 앞바다로 간다. 학생들은 합쳐서 50㎏에 이르는 잠수복과 헬멧잠수장비를 갖추고 바다에 뛰어든다. 2년제인 이 학과 재학생 57명 중에는 여학생도 3명 있다. '여성 삼총사' 방혜선(29)·조수영(20)·김보람(29)씨다.

이들의 목표는 산업잠수사다. 바닷속에서 해상 석유생산시설 설치, 해저 파이프라인·광케이블 매설, 침몰선박 인양·구난, 수중구조물 용접·절단, 해양탐사·측량을 하게 된다. 산업잠수사가 되려면 잠수기능사 또는 잠수산업기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전문기술과 강인한 체력을 요하기에 남자에게도 버거운 일이다. 실제로 남학생 7명이 2년 새 중도 탈락했다.

한국폴리텍Ⅲ대학 강릉캠퍼스 잠수학과 조수영, 김보람, 방혜선(왼쪽부터)씨가 잠수 장비를 들고 경포 앞바다에 있는 해양 실습장으로 가고 있다.

1학년 방혜선씨는 동물자원학 석사 출신이다. 바이오 관련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4년간 일하다가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산업잠수사의 길을 택했다. 방씨는 "13㎏짜리 헬멧을 쓰고 일하다 보면 목이 뻐근해져 침을 맞아가면서 버틴다"며 "수중 용접에 앞서 지상에서 연습하다가 용접 불꽃에 데기 일쑤"라고 했다. 이달 용접산업기사 시험을 앞둔 그의 손등과 팔에는 불꽃에 덴 크고 작은 상처가 10개 가까이 있었다.

2학년 조수영씨는 학과 최연소지만 국내 유일의 여성 잠수산업기사다. "어려서부터 해병대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섬진강에서 수중 청소를 했어요. 컴컴한 뻘밭에서 쓰레기를 치우면서 제주의 어느 섬에서 봤던 아름다운 산호랑 형형색색 물고기들을 떠올렸어요.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고 싶고, 더 알고 싶어서 이 길을 택했어요."

조씨는 중3 때 잠수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스킨스쿠버 강사 자격증도 응시가 가능한 18세가 되자마자 따냈다. 두 달 전엔 잠수기능사보다 한 급 높은 잠수산업기사 자격증도 땄다.

158㎝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인 조씨는 "작년엔 내 몸무게와 맞먹는 헬멧잠수장비를 갖추고 들어갔다가 공기 공급이 끊겨 죽을 뻔했다"고 했다. 국내의 잠수기능사 자격증 소지자 3624명 가운데 여성은 1%인 32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잠수산업기사 460명 중 여성은 조씨가 유일하다.

1학년 김보람씨는 영화학을 전공하다가 접고, 직업학교에서 자동차학과를 수료한 뒤 건설기계회사에서 굴착기·지게차·상용차를 정비하며 2년 반을 일했다. 건설기계 기관정비·차체정비 자격증, 굴착기·지게차·로더(loader) 운전면허까지 5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미지(未知)의 바닷속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못하고 이번엔 산업잠수학과 학생이 됐다. 김씨는 기왕의 중장비 지식과 이곳에서 배울 해양 지식을 바탕으로 '심해 해저로봇 오퍼레이터'를 꿈꾸고 있다.

3명의 여성 예비 산업잠수사는 "내가 최고가 되겠다"며 저마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