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대통령이 집시 추방 정책을 둘러싸고 EU 회원국들과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Barroso)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는 고성(高聲)이 오가는 설전을 벌였고, 또 독일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려다 독일의 반발을 사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6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바로수 집행위원장에게 "집시 추방을 나치의 유대인 추방에 비유한 게 집행위의 공식 견해냐"고 집요하게 따지면서 바로수 집행위원장과 말다툼을 벌였다. 며칠 전 비비안 레딩(Reding) EU 사법·기본권 담당 집행위원이 "프랑스의 집시 추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추방을 상기시킨다"고 비난한 데 이어 바로수 위원장이 다음날 레딩 위원의 발언이 집행위 공식 견해라고 말한 것을 따진 것이었다.

이날 모임은 11월 서울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밝힐 유럽의 공동입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프랑스의 집시 추방 문제가 거론되면서 회의장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EU 수뇌부가 혐오스럽고 수치스러운 말로 프랑스를 모욕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바로수 위원장도 "일부 과도한 표현이 있긴 했지만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정책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바로수 위원장은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과의 충돌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문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별도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불법 집시촌 철거는 프랑스 내 치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누가 뭐라든)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정상회의 중 독일 앙겔라 메르켈(Merkel) 총리도 '수주 내에 독일도 불법적인 집시 캠프촌 철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히면서, "조만간 독일 정치권도 이 문제로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 들은 메르켈 총리 측은 화들짝 놀라 베를린에 복귀하자마자 즉각 이를 부인하는 성명을 냈다. 메르켈 총리실 측은 "브뤼셀에 있는 동안 사르코지 대통령과 집시 문제에 대해 그 어떤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