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국가 비상사태나 석유위기 상황을 대비해 저장해놓은 정부 '비축유'를 자신의 것처럼 빼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정현 의원(한나라당)이 14일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SK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국가 비축유를 빌려간 뒤 최대 1년 가까이 갚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비축유 운용기준에는 빌려간 기름은 60일 이내에 갚도록 돼 있다. 석유공사는 기름을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는데 2009년 수익이 199억원에 달했다.

SK에너지는 2008년 10월 8일 경유 1억L를 빌려 356일 만인 2009년 9월 28일에 갚았고, 현대오일뱅크도 2008년 6월 11일 등유 11만L를 빌려간 뒤 287일이 지난 2009년 3월 24일에 갚았다. GS칼텍스는 지난 2005년 1591만L의 경유를 238일 동안 빌려썼다. 2004년 6월에는 SK에서 구리 비축유 탱크에 있던 등유 47만L를 모조리 빌려가 재고량이 '0'이 된 적도 있었다. SK는 145일 만에 이를 갚았는데, 이 기간에 비축유 탱크는 비어 있었다. 2004년에는 구리 비축유 탱크에 있던 경유 712만L를 국내 4개 정유사가 몽땅 빌려 갔다. 이 탱크는 약 8개월간 재고량이 '0'이었다. 이 의원은 "비상사태를 대비한 비축유 창고가 무려 8개월간 비어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측은 "비축하고 있는 석유제품의 법정 품질규격을 맞추기 위해 정유사에 오래된 기름을 빌려주고 새 기름을 받기도 한다"며 "일부러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