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詩)를 번역해서 고려인들이 할아버지의 나라를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고 싶습니다."

숭실대 한국문예연구소(소장 조규익) 주최로 10일 열린 '해외동포 문인과의 만남'에서 첫 강연자로 나선 이(李) 스타니슬라브(51·카자흐스탄)씨는 한국 시를 번역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연구소는 외국에 사는 한인 2, 3세로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는 해외 한인(韓人)들의 문학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자는 뜻에서 이번 강연 행사를 마련했다.

이씨는 고은 시인의 연작시집 '만인보(萬人譜)'를 러시아어로 번역해 소개하고 있는 고려인 시인이다. 고려인은 러시아와 옛 소련 지역에 사는 한국인 교포들이다. 그는 고조선부터 16세기에 이르기까지 대표적 한시(漢詩) 약 300편을 번역, 그 일부를 카자흐스탄 현지의 저명한 예술잡지에 싣기도 했다.

이씨는 강연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카자흐스탄 남부의 고려인 집성촌인 모쁘르 마을에서 살면서 러시아(당시 소련) 말보다 한국어를 먼저 익히고 할머니 어깨너머로 화투를 배우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인의 뿌리가 가슴 속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의 조부모는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느낀 '디아스포라(강제이주라는 뜻)'의 정서는 그의 시 세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씨는 "앞으로 서정주 시인과 한국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나온 저항 시들을 번역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