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쟁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만 진행 중인 것이 아니다. 북아프리카의 사막, 파키스탄의 산악지대,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국가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군사적 개입 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지도〉 전장(戰場)의 주인공도 대규모 지상군에서 무인공격기와 정예 특수부대로 바뀌는 중이다.

은밀해지는 전쟁

작년 12월 24일, 아덴만 해상의 미군 함정에서 발사된 크루즈 미사일이 예멘 남동부 라파드의 산악 지역에 위치한 알카에다 근거지를 강타했다. 최소 5명 이상의 알카에다 현장 조직원들이 죽었다. 올 3월 14일에는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의 핵심 지도자인 자밀 알 안바리가 미군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예멘 정부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작년 9월 미군은 남부 소말리아에도 직접 침투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당시 "미 특수부대원들이 헬리콥터 2대를 타고 남부 바라웨 지역에서 알카에다 핵심 지도자 알리 살레 나반이 탑승한 차량을 공격했고, 지상에 착륙해 시체까지 직접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살레 나반은 10명이 숨진 2002년 케냐 파라다이스 몸바사 호텔 폭탄테러를 주도한 혐의를 받아왔다. 외신들은 알제리, 모리타니 등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럽 국가들이 진행한 알 카에다 소탕 작전에도 미군이 정보 협력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본다.

"해머 대신 메스"

미군은 아프간 전쟁의 성패가 달린 파키스탄에서도 2009년 이후 지난 6월까지 무인공격기 등을 동원한 암살 작전을 87차례 실행했다. 공격횟수는 2008년에 비해 4배로 늘었고, 최소 271명의 반군조직 지도자·조직원이 죽었다. 존 브레넌(Brennan)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환부'만 도려내는 이런 작전 방식에 대해 "알 카에다와 그 협력자들에게는 해머(hammer) 보다 메스(scalpel)가 효과적"이라고 했다.

오바마 취임 뒤 더 늘어

이런 식의 군사적 개입은 전임 부시 대통령 때에 비해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늘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강경 대외 전략을 선호하는 공화당은 행정부가 알아서 하니 신경 쓸 일 없어 좋고, 민주당은 부시 정권 식의 대규모 장기전만 아니라면 환영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애덤 스미스(Smith) 의원은 "적들이 미국에 '은밀한(covert) 전쟁'을 걸어온 이상, 미국 역시 유사한 전력(戰力)을 동원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