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연락이 안 되는 변호사요? 최악이죠. 저는 365일 '비상대기조'입니다."

광화문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내자동 김&장 사무실에서 만난 안미령(29) 변호사는 큼직한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식사는 걸러도, 사무실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매일 세 번 빠뜨리지 않고 사 들고 오는 진한 아메리카노 커피가 가득 담긴 커피잔이다.

김&장 안미령(29) 변호사는 하루 16시간의 격무에 시달리지만“아직 일이 재미있다”며“결혼은 시니어(파트너)가 되기 전까진 생각 없다”고 했다.

"쏟아지는 졸음을 쫓는 데 최고거든요."

김&장에 입사한 지 5년째. 대학(서울대 법대) 3학년 때인 2002년 사시(44회)에 최연소 합격하고, 2006년 입사한 안 변호사는 앞만 보고 달렸지, 뒤를 돌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오전 7시 출근해 자정까지, 점심·저녁을 패스트 푸드로 때우면서 눈코 뜰새 없이 일하는 안 변호사의 휴대전화는 토요일 오전에도 쉴 틈이 없다. 시차 때문에 해외에 있는 의뢰인들에겐 그때가 금요일 오후, 한창 일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주말 오전 휴식의 공간이어야 할 '스위트 홈'은 긴장 감도는 사무실이 되기 일쑤다.

안 변호사의 사무실 곳곳에는 각종 소송서류며 계약서, 보고서가 수북하다.

그녀는 자문과 송무,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한다. 주니어 변호사 때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점차 전문분야를 좁혀나간다. 이것이 김&장의 변호사 양성 과정이다.

안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미개척 분야로 꼽히는 방송·통신·저작권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다. "가끔은 해외판례나 법규정도 찾기 어려워 애를 먹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도전할 수 있으니 매력적이죠."

안 변호사는 좌우명이 '멈춰 있지 말자'라고 소개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좋아한다. 해외거주 경험은 없지만 학창시절 미드(미국드라마)에 몰입해 영어도사가 됐고, 일어와 중국어는 변호사 1·2년차 때 시간을 쪼개 새벽에 학원에 다니면서 익혔다.

5년 넘게 하루 16시간 격무를 소화하다 보니 체력이 달린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이면 서울 성수동에 있는 실내 암벽 등반장에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암벽에 매달린다. "변호사가 아프다고 하루 결근하면, 의뢰인이 보는 손해는 회복하기 힘들거든요."

첫 입사 때부터 1억 넘는 연봉을 준다는 김&장에서 보수는 얼마나 주느냐고 물었다.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매달 고스란히 금리 연 0.2%짜리 월급 통장에 쌓아두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재테크에 관심 가질 시간도 없었고, 그 흔한 펀드 하나 가입한 일이 없다고 한다. 사실 돈 걱정은 없다. 경력 10년차쯤인 '시니어 변호사'는 일한 시간과 성과에 비례해 보수를 받는다. 연봉이 2배, 3배로 뛰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시간에 늘 쫓기는 직업이지만 변호사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항상 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반박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결혼은? "서른다섯이 될 때까지는 생각 없어요."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쿨(cool)'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