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0일 자신이 운영하던 사립학교 신흥학원의 운영비 80억원을 횡령해 정치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쓴 혐의로 민주당 강성종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3월 강 의원의 요구로 교비(校費)를 빼내 강 의원에게 지급한 혐의 등으로 신흥학원 박모 전 사무국장을 구속기소했고, 법원은 지난 3일 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박씨가 취한 개인적 이득은 강 의원에 비해 훨씬 적다"고 했다.

검찰과 법원이 교비 횡령의 주범(主犯)으로 지목했으나, 강 의원은 국회가 5월과 7~8월 임시국회를 열어 '국회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는 불체포 특권'을 누릴 수 있게 해 준 덕분에 구속을 피한 것은 물론이고 기소도 되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야당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지자 맞불을 놓겠다며 "그간 검찰이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것을 말려왔다"고 털어놓았다. 여야(與野)와 검찰 사이에 이런 탈법적인 청탁과 거래가 오가는 게 이 나라 법치(法治)의 수준이다.

한나라당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11일 "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에 대한 입장이 결정된 게 없다"며 "야당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애매한 상황"이라고 했다. 여당으로선 김태호 총리 내정자와 7개 부처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3~25일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강 의원 체포동의안을 밀어붙이는 게 쉽지 않다는 시사다. 그렇다면 야당은 청문회에서 총리·장관 내정자를 봐주고, 그 대신 여당은 강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는 추한 거래를 또 하겠다는 것인가.

국회는 1995년 이후 단 한 번도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킨 적이 없다. 여야를 떠나 동료의원 허물을 감싸는 데선 손발이 척척 맞았다. 한나라당은 성(性)희롱 발언으로 당 윤리위가 제명 결정을 내린 강용석 의원에 대한 최종 결정도 미루고 있다. 국회가 이런 구태(舊態)와 불법·탈법의 무대가 될 바에는 차라리 입법부(立法府) 간판을 내리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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