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향한 백령도·연평도 인근 해역에서의 북한 해안포 사격은 항행금지구역 선포 등 사전예고가 없었다는 점에서 명백한 도발이다. 북한이 최근 여러 차례 '물리적 대응'을 공언해왔다는 점에서 단순히 말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준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이번 북한 도발의 의도와 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상징적인 '지표'는 북한 포탄들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 남쪽에 떨어졌느냐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포탄이 훈련 중 NLL을 넘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NLL 남쪽에 포탄이 떨어졌을 경우 강도 높은 의도적 도발로 볼 수 있다. 지난 1월 북한이 사전예고를 한 뒤 해안포는 물론 240mm 방사포, 170mm 자주포 등 장사정포, 곡사포 등을 동원해 백령도 및 연평도 인근에서 사흘간 400여발의 집중사격 훈련을 했을 때도 처음으로 방향을 NLL 쪽으로 잡았으나 모두 NLL 북쪽에 포탄이 떨어졌다.

이미지를 누르시면 큰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이 쏜 130여발의 포탄 중 적어도 몇 발은 NLL을 넘어 남쪽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방부와 합참은 "모두 NLL 북쪽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으며 남쪽으로 떨어진 것은 확인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군 당국의 이 같은 공식 입장은 우선 포탄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포탄이 어디에 떨어졌는가는 보통 백령도·연평도의 해병대 초병들이 포탄이 떨어질 때 생기는 물기둥의 위치와 포성(咆聲)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곳에 떨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기둥이 사라지면 흔적이 없어져 증거 확보도 힘들다. 그러나 포탄이 날아온 궤적을 추적하는 AN-TPQ 36·37 대(對)포병 레이더가 지난 1월 북한군의 '소나기 사격' 훈련 후 백령도·연평도에 긴급 배치돼 이 레이더를 통해 비교적 정확히 포탄이 떨어진 곳을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소식통은 연평도의 경우 이 레이더를 통해 포탄 몇 발이 NLL 남쪽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하고 있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이 일 전망이다. 군 당국에선 북한 포탄이 NLL 남쪽으로 떨어질 경우 우리도 각종 포를 동원해 NLL 북쪽 해상에 대응사격을 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군 당국의 대응태세가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군 당국은 이번 북한의 해안포 사격이 우리 서해 훈련이 모두 끝난 직후인 오후 5시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추가 사격은 없었다는 점에서 우선 이날까지 실시된 서해 육해공 합동훈련에 대응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해안포 사격이 이뤄졌을 때는 이날 오후 5시 훈련을 마친 해군 함정 등 육해공 전력(戰力)들이 부대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또 지난 8일 단행된 개각에서 외교안보팀이 모두 유임돼 우리 정부가 대북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북한이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무력행동을 한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번 훈련과 관련해 지금까지 세 차례나 강도 높은 위협을 해왔다. 서해훈련 시작 이틀 전인 지난 3일엔 '전선서부지구사령부'의 통고문을 통해 "강력한 물리적 대응타격으로 진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훈련이 시작된 5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서기국 보도를 통해 "예상을 초월한 가장 위력한 전법과 타격수단으로 도발자들과 아성을 짓뭉개 놓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노동신문은 지난 7일 "우리의 경고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고 위협했다. 이날 북한이 해안포 사격을 시작한 직후 한민구 합참의장 등 합참 수뇌부는 합참 지휘통제실 등에서 비상근무에 들어갔고 해외순방 중인 김태영 국방장관도 사건 발생 직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최근 경색된 국면에서 북한이 보다 강도 높은 추가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북한군에 대한 감시 및 대응태세를 강화했다. 한편 10일 오전 판문점에서 열릴 제4차 유엔사―북한 대령급 천안함 실무회담에서도 북한 해안포 도발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북한 해안포 종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