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혈압 환자는 529만명으로, 국민 10명 중 한 명은 고혈압을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청소년을 포함한 전체 국민 중 환자 비율로, 성인만 따지면 3~4명 중 1명이 고혈압 환자라고 국민고혈압사업단 정남식(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교수·사진) 부단장은 말했다.

정 교수는 "문제는 환자의 30~40%만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상태를 방치하다가는 고혈압 합병증인 뇌졸중, 심근경색, 만성신부전증 환자도 급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혈압사업단은 고혈압 조기발견과 국민 계몽을 위해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설립된 조직이다.

―고혈압이 왜 위험한가?

"혈압의 힘으로 혈액이 신체 장기에 배달되는데, 1분에 60~80회 심장 박동 때마다 강한 압력이 인체 조직에 전달된다고 생각해봐라. 권투로 치면 계속 잽을 맞으며 지내는 꼴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작은 혈관들이 압력을 못 견디어 망가지고 장기(臟器)가 손상을 입는다. 그래서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하지 않나."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약물로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적정 체중을 만들고, 정기적인 운동을 하여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

―환자들은 증상도 없는데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하늘로 날아가려는 풍선을 손으로 잡고 있다가 손을 놓으면 어떻게 되나? 아무리 오래 잡고 있었다고 풍선이 그대로 있겠나. 고혈압도 마찬가지다. 인위적으로 혈압을 눌러 놓지 않으면 혈압은 다시 올라간다. 고혈압약을 매일 먹는 '혈관 비타민'이라고 생각해라."

고혈압 예방을 위해서는 싱겁게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염분은 물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짜게 먹으면 과다한 염분이 혈액 속으로 들어오고 여기에 물도 들어와 순환되는 혈액량이 커진다. 이는 곧 고혈압으로 이어진다.

정 교수는 염분 과다 섭취의 주범으로 국물과 탕(湯) 문화를 꼽았다. 그는 "국물이 많은 음식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가도 짠맛을 못 느끼기 때문에 탕과 국을 좋아하는 나라일수록 소금 섭취량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