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한국은 지금의 아프가니스탄과 비슷한 처지였다. 약하고 불안정한 국가는 외부 세력의 개입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필립 토우(Towle)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9세기 말 조선의 쇠약이 영·일동맹과 일본의 조선 지배를 가져왔다고 지목했다. 로이터통신 기자를 거쳐 영국 외무성에서 4년간 일했던 토우 교수는 현장을 아는 국제정치학자로 통한다.

―영국은 왜 영·일동맹으로 조선에서 일본의 특수한 지위를 승인했는가.

"당시 영국은 조선을 돌아본 여행가와 언론인들이 조선에 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들은 조선을 국력이 약하고 불안정한 나라로 소개했다."

―세계를 제패한 영국이 일본을 동맹국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19세기 말부터 러시아미국·프랑스·일본의 해군력이 증강되면서 영국 해군의 우월적 지위를 위협했다. 러시아는 영국의 발명품인 철도를 시베리아에 부설해서 만주에 군대와 물자를 실어나르고 있었다. 영국은 러시아를 견제하고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과 손을 잡았다."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영국은 1907년 러시아와 협정을 맺고 화해하지 않는가.

"한국은 단기간의 외교 게임에서 희생된 측면이 있다."

―100년 전 한국이 러시아에 기댄 게 잘못인가.

"러시아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 의존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고종은 좀 더 일찍 강력한 군대를 만들어야 했다. 일본에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했다."

―100년 전 영·일동맹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인가.

"열강이 한국의 독립보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기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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