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루마니아의 반(反)공산주의 민중봉기로 실각, 반란군에 붙잡혀 총살당한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Ceausescu) 부부의 무덤이 지난 21일 20년 만에 다시 파헤쳐졌다.

이번 시신 발굴은 차우셰스쿠 자녀들이 무덤 속 시신이 자신들의 부모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DNA검사를 하기 위한 것.

1965년부터 25년간 루마니아를 통치한 차우셰스쿠 전 루마니아 대통령은 1989년 12월 25일 민중봉기를 피해 헬기를 타고 도주하다 붙잡힌 뒤 반역·살인죄로 아내 엘레나(Elena)와 함께 총살됐다. 독재자 부부의 총살장면은 비디오 화면으로 전 세계에 공개됐고, 당시 비디오를 본 북한 김일성 부자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차우셰스쿠 부부의 시신은 수도 부쿠레슈티의 겐차 군(軍) 묘지에 묘비도 없이 급히 매장돼 진짜 차우셰스쿠 부부의 묘인지 논란이 돼 왔다. 또 일각에선 지지자들이 공산주의 체제 부활을 기약하며 비밀리에 시신을 다른 곳으로 이장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논란이 거듭되자 차우셰스쿠의 딸 조이아(2006년 암으로 사망)는 2005년 국방부를 상대로 시신확인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DNA 검사 시료 채취 과정을 지켜본 사위 발렌틴씨는 "우리 가족은 보복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단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라며 "남자 시신이 눈에 익은 짙은 회색 겨울 코트를 입고 있어 장인으로 보이지만 DNA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