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정예'를 표방해온 카이스트에서도 입학 문턱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2009년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와 통합하면서 정원이 늘어난 것이다.

2007년엔 700여명이던 카이스트의 입학정원은 올해 970명까지 늘어났고, 내년에는 10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원이 늘어났다고 카이스트 입학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카이스트는 모든 전형에서 수능점수를 반영하지 않는다. 고교 생활기록부도 점수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공부해온 과정과 잠재력을 중시하는 정성평가를 실시한다. 실력은 물론이고, 소질과 가능성을 입증해야 합격하는 것이다.

◆일반전형(750명): 스스로 역량을 입증하라

9월 10일부터 1주일간 원서접수와 서류제출이 이뤄지는 카이스트 일반전형의 모집 정원은 750명 안팎이다.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이 지원할 수 있지만, 국내 고교 2학년 재학생도 카이스트 과학영재선발위원회로부터 지원자격을 인정받은 경우엔 응시할 수 있다. '영재'로 분류되는 과학고·영재고 출신 합격자가 매년 60%를 넘긴 하지만, 일반고 출신도 전체 합격자의 20%를 차지한다.

일반고 재학생이 2학년 때 지원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전학년·전과목 환산평균이 80점(평점기준 5.0 만점에 4.0) 이상이 되는 학생으로서, 과학기술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소속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과학고 학생들은 학교장 추천만 있으면 2학년 때 지원할 수 있다.

1단계 전형은 서류 심사로 이뤄진다. 카이스트 소속 교수들과 전임 입학사정관들로 이뤄진 '학생선발 위원회'에서 교사추천서, 학생부, 자기소개서, 우수성 입증자료 등을 검토해 종합평가 한다. 주로 학업성향과 이공계 분야 역랑, 교과외 활동사항, 진학동기, 교과 성적 등을 본다. 교과 성적은 국어·영어·수학·과학 위주로 평가한다. 하지만 점수가 단순 계산식을 통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고, 지원자에 대한 종합평가 근거로만 활용된다.

2단계 전형은 개인면접과 집단면접으로 이뤄진다. 개인면접에서는 지원자의 탐구역량이나 내적역량을 주로 평가한다.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거나 도표·그래프를 해석하는 문제가 제시되기도 한다. 집단면접은 주로 토의·토론을 통해 진행된다. 심사위원들이 주로 보는 것은 대인역량과 논리력이다. 카이스트 입학처 관계자는 "이공계 실험은 협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외국인학교 전형(70명): 해외 유수대학보다 카이스트를 노려라

여름방학 중에도 카이스트 도서관에 나와 전공 관련 자료를 찾으며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세계 10대 대학을 꿈꾸는 카이스트가 노리는 인재는 국내 고교 졸업생에 한정되지 않는다.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거나 국내 외국인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전형이 1월에 실시된다.

지원을 원하는 학생들은 수학·과학 교사 추천서와 담임교사 추천서를 각각 1부씩 제출하고, 출신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고교 프로필(Profile)도 제출해야 한다. 고교 성적표는 졸업한 학교 이외에도 고교 기간 모든 성적표를 모아서 제출해야 한다. SAT· ACT·AP·IB·GCE·A-level이나 이에 해당하는 공인 시험성적도 필요하다. 다만 토익·토플 등 공인 영어성적은 반드시 제출해야 할 성적은 아니다.

카이스트 외국인학교 전형 합격자들의 SAT평균 점수는 2160점 안팎으로, 지난해 미 스탠퍼드대(2165점)·코넬대(2070점)와 비교하면 이 학교 합격생들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외국인학교 전형을 통해 외국에 나가 있던 우수 인재가 돌아오고 외화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전형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목표로 하는 카이스트는 해외 우수인력 유치에 관심이 많다. 해외의 엘리트들이 카이스트에서 공부해 친한파가 되어 돌아가는 것 자체가 국제교류이자 국가 연구개발(R&D)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전형은 매년 정원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학사과정에 207명이 재학 중이므로 매년 50명 가까이 선발된다고 볼 수 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48명)·아제르바이잔(22명) 등 아시아 학생들이 가장 많고, 미국(8명)·브라질(4명)·프랑스(1명) 등 전 세계에서 모이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