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가 심각한 재정 위기를 불러일으킨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자치권을 제한하거나 주민소환 대상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지방 재정의 명확한 위기 기준을 정해 이 기준에 해당하는 지자체장의 해임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것이다.

작년에 전국 246개 지자체에서 모두 7조1000억원의 적자가 났다. 자자체 올해 재정 자립도는 평균 52.2%로 1997년 63%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재정 자립도가 30%도 안 되는 곳이 61.8%, 152곳이나 된다. 재정 자립도란 지자체 전체 예산 중 지방세 같은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나머지 부족한 예산은 중앙정부 지원을 받거나 빚을 내 메운다. 지자체 빚은 작년 말 25조6000억원으로 1년 만에 6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지자체 55.7%, 137곳은 올해 자체 수입만으로는 공무원 월급도 못 줄 판이다.

지자체 재정난은 경기 침체로 세입(歲入)이 줄어드는 구조적 요인 탓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지자체장이 무분별한 개발 사업과 인기에 영합하는 공약사업에 예산을 마구 쓰는 데 있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지자체장·교육감들의 무상급식 예산만 합쳐도 6조4300억원에 이른다. 판교신도시 기반시설 건설에 들어갈 5400억원을 못 갚겠다고 나자빠진 성남시는 작년 3222억원을 들여 호화 청사를 지은 데 그치지 않고 웰빙대공원, 피크닉공원 같은 24개 공원에 8600억원을 투입할 계획까지 세웠었다. 최근 5년 13개 지자체의 청사 신·증축에 든 돈만 1조4234억원이고, 2008년 전국 지자체들이 행사와 축제에 쓴 돈이 8678억원이다.

지자체장들이 예산을 자기 주머닛돈처럼 함부로 쓸 수 있는 것은 마땅한 견제장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방의회는 전문성이 없어 감시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중앙정부가 하는 일은 교부세를 깎는 게 고작이다. 지자체장 주민소환제는 지방 살림을 엉터리로 했다간 쫓겨날 수 있다는 부담을 줘 예산 씀씀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380억달러 재정적자를 냈다가 2003년 주민소환 투표로 해임됐다. 미국은 지자체 파산제도 실시하고 있다. 지자체가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으면 파산 관리인이 파견돼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일본은 2007년 '지자체 재정 건전화(健全化)법'을 만들어 적자가 일정 비율까지 차오른 지자체에 정부가 개입해 인건비 감축, 주요 사업 전면 재조정 같은 강제 조치를 내린다. 우리도 주민소환제뿐 아니라 1995년 추진했다가 중단한 지자체 파산제나 일본식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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