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고사 싫댔더니 성적 공개 웬 말이냐. 기말 본 지 언제라고 주구장창 시험이냐."

9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오는 13~14일로 예정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서울지부 주최 반대 집회가 열렸다. 사회를 본 '밤의 마왕'(닉네임)과 '난다'(닉네임)가 구호를 외치자 앉아 있던 20여명의 참가자들이 그대로 따라 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한 명씩 앞으로 나와 학업성취도 평가를 성토했다. 자신을 '레쓰'로 소개한 학생은 "전국의 모든 학생을 줄 세우는 일제고사의 망령이 다시 돌아왔다"며 "학생들을 문제풀이 기계로 만드는 일제고사를 당장 폐지하십시오"라고 외쳤다.

진보 교육감의 '응원부대'

집회를 주최한 '아수나로'는 학업성취도 평가 당일인 13·14일에는 평가 대신 '체험학습'을 떠날 학생들을 인터넷을 통해 모집 중이고, 같은 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제고사 반대 집회(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7일 발족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에도 참석했다.

청소년 인권 운동단체‘아수나로’가 9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주최한 학업성취도평가 반대 집회에 20여명의 학생과 성인 회원 등이 참가했다.

'아수나로'가 주장하는 학업성취도 평가, 교원 평가 반대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의 주장이 진보 교육감들의 정책 노선과 그대로 일치하면서 이 단체는 진보 교육감의 '외곽 응원부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아수나로는 지난 6·2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진보 진영 단일 후보 추대위에도 참여했고, 작년 김상곤 경기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때 학생참여기획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 중엔 중·고교생도 있었지만 사회를 보며 집회를 이끈 이들은 20대였으며 '아수나로'의 활동도 20대와 대안학교 재학·졸업생 등 정규 학교 자퇴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아수나로'의 이런 활동은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청소년 인권 연구 모임으로 출발, 2006년 지금처럼 시위와 집회를 여는 등 '행동'하는 단체로 바뀌었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두발 자유 거리 시위 ▲0교시 수업·우열반 반대 인권위 진정서 제출 ▲학업성취도 평가 반대운동 등을 펼쳐 왔다. '아수나로'란 명칭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 '엑소더스'에 등장하는 청소년 단체 이름에서 따온 이름으로 '불멸(不滅)'이란 꽃말을 가진 편백나무의 일본 말이라고 이들은 밝혔다.

'아수나로'는 사무실도 상근자도 대표(임원)도 없다. 온라인 카페(cafe.naver.com/asunaro)가 활동 무대다. 온라인 회원 6800여명 중 오프라인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60명 정도로 이 중 상당수는 학교를 그만두었거나 정규 학교과정이 아닌 대안(代案)학교에 다닌다.

20대·자퇴자가 주축

'아수나로'에는 중·고생도 있지만 20대 회원도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지난 7일 '학생인권조례운동 서울본부 발족식'에서 인권조례의 취지에 대해 발표한 대학생 '공현'(닉네임)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아수나로와 또 다른 인권운동 활동가 단체인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소속 회원 13명이 공저(共著)한 책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 집필 작업도 총괄했다.

그동안의 언론 인터뷰에서 '공현'씨는 고교 시절부터 두발 자유나 체벌, 기합에 대해 반대하는 학내 서명운동을 벌이고 전단을 뿌리는 등 '학생운동'을 해왔다고 밝혔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 중이다.

'아수나로' 광주지부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하는 박고형준 씨도 20대다. 박고형준씨 역시 7일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발족식'에 토론자로 참석해 광주에서 자신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을 한 과정에 대해 발표했었다. 박고형준씨가 인터넷 언론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그는 고3 수능시험 날 수능을 치르지 않고 시교육청 앞에서 '대학 평준화'를 주장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아수나로가 중심이 된 최근 청소년 운동은 20대가 주축"이라며 "2007·2008년 성취도평가·진단평가 거부운동, 두발 자유화 시위, 학생의 날 행사 등을 이들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우리 뜨고 있다"

'아수나로'는 '언론 대응법'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공현'씨는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 "언젠가 아수나로가 신문 1면을 장식할 날이 온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며 "적극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회원은 언론 대응방법으로 프레시안·오마이뉴스·한겨레 등에 직접 기고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다른 아수나로 회원들은 "우리 뜨고 있다", "조·중·동에 연일 아수나로가 실리니 왠지 고맙다. 홍보가 제대로 되고 있다", "신문들이 우리 아수나로를 홍보해주고 있다" 같은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