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사회가 지난 15일 내달로 임기가 끝나는 서남표 총장의 연임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못 냈다고 한다. 정부관계자·기업인·학계인사 등 1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내달 2일 다시 열리지만 연임이 여의치 않은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2006년 7월 취임한 서 총장은 교수 정년심사를 강화해 4년간 심사 대상 148명 가운데 24%인 35명을 탈락시켰다. 그 전엔 한 명도 탈락 교수가 없었다. 서 총장은 학생 전원이 수업료 면제혜택을 받던 것을 바꿔 성적부진 학생은 등록금을 내게 했고, 100% 영어 강의를 의무화했는가 하면, 과학고생을 주로 뽑던 입학전형을 바꿔 신입생의 16~18%인 150명을 일반계 고교생 가운데서 뽑았다.

그렇지만 학내에선 서 총장에 대해 '독선적이다', '의사소통이 미흡하다', '교수 사회를 보직교수와 평교수 그룹으로 갈라놨다'는 등의 반발도 있다고 한다. 정년 심사와 정년 후의 특훈교수 선발에 미치는 총장의 영향력 때문에 교수들이 총장에게 할 말을 못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는 말도 있다. 서 총장이 주도해온 온라인 전기자동차와 모바일 하버 프로젝트가 허황된 구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서 총장만큼 대학개혁 성과를 내놨던 총장을 떠올리기 힘들다. 우리 대학가에 선보이기 시작한 교수 정년심사의 개혁 움직임도 '서남표 효과'의 산물이다. 영국 더타임스 세계대학평가에서 2006년 198위였던 KAIST가 2009년엔 69위로 뛰어올랐다.

서 총장의 개혁이 주목받으면서 KAIST엔 지난 4년간 1223억원의 기부금이 모였고, 이를 토대로 학교 내에 새 연구건물과 최신 연구장비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서 총장은 "시대의 물꼬를 트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온라인 전기차나 모바일 하버 프로젝트는 성공 여부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논문 쓰기 위한 연구보다 고(高)위험·고(高)수익의 혁신적 원천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는 그의 지론(持論)을 대변하고 있는 연구다.

우수한 대학을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시키려는 리더라면 내부 화합으로 교수들의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우리 대학과 미국 대학은 인간관계·풍토·문화가 다르다는 걸 알고 개혁을 밀고 나가더라도 대학 내부와 대학 밖 과학계가 저항감을 갖지 않게끔 배려해야 한다.

서 총장의 개혁이 결실을 못 거둔 채 중도하차하면 앞으로 또 언제 대학개혁을 실천하는 총장이 나올지 걱정이다. 서 총장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서 총장이 추진했던 개혁은 그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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