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탐방을 함께하면서 대중들이 생각하는 인문학은 인문학자들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좀 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인문학을 요구한다. 문화유산과 역사인물의 현장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일상의 삶에서 '재미와 유익', '감동과 느낌', '여유와 관조'를 얻으려 한다." (박종기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

조선일보·국립중앙도서관·교보문고 공동주최, 한국도서관협회·문학사랑·대산문화재단·한국연극협회 후원으로 지난 3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길 위의 인문학' 캠페인을 중간점검하는 세미나가 21일 오후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그동안 탐방 현장에서 확인된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보다 발전된 캠페인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길에서 느끼는 인문학의 재미와 감동'이라는 기조강연을 한 박종기 국민대 교수는 탐방 참가자들의 참여 후기를 기본 텍스트로 삼아 인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정리했다. 박 교수는 "'길 위의 인문학'을 인문학 대중화를 위한 사회문화 운동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시스템을 마련해 대중의 참여를 활성화하며, 대중성과 활동성이 있는 인문학자들을 결집하는 네트워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길 위의 인문학’중간점검 세미나에서 박종기 국민대 교수(정면 오른쪽)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신창호 고려대 교수(철학)는 "'길 위의 인문학'은 이제 강단의 인문학이나 전공자의 인문학이 아니라 교양 있는 인간, 즉 군자(君子)들의 대화가 되어 삶의 예술로 거듭났다"면서 "이제 필요한 것은 마음을 윤택하게 하고 다양한 사유를 인정하는 화쟁(和諍)의 터전으로 내실 있게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전우용 서울대병원 교수(역사)는 "'길 위의 인문학'은 대중이 세상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게 도와주는 학문이어야 한다"면서 "추상적이고 막연한 '인간다움'에 구체성을 부여하는 '통찰의 인문학'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운기 한양대 교수(문학)는 "지금 인문학자의 수준은 평균적으로 대중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학계에서 생산되는 성과를 이해하고 대중화할 수 있는 일꾼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헌규 강남대 교수(종교철학)는 "'길 위의 인문학'의 정례화 및 조직화가 필요하다"면서 "행사를 100회 정도 진행해 각각의 장소에 대한 자료집 및 연구서를 출간하고 그 중 24곳을 엄선해, 한 달에 두 번 순회하며 연간 행사로 추진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탐방 참가자들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경북 안동 답사에 참가했던 최정표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탐방을 떠나기 전 교양강좌를 여는 등 사전교육이 필요하고 내용도 너무 이론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시 안동 탐방에 참가했던 김건수 ㈜순우리한우 대표이사는 "'길 위의 인문학'을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단법인의 출범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 탐방에 참가했던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는 "자연과학이든 인문학이든 전공 학자들만의 소유에서 벗어나 시민들과 공유할 때 의미가 더욱 커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세미나장에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귀를 기울였다. 이보람(21)씨는 "발표와 토론을 인상적으로 들었다"면서 "인문학을 일상에서 접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