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에 대한 남북한의 유엔 안보리 브리핑은 적어도 조사결과에 있어서는 한국의 '압승'으로 끝났다. '판관(判官)'으로 나선 안보리 이사국은 대부분 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국의 설명에 대해선 "철저하고 과학적이며 확신을 준다"고 표현한 반면, 북한 설명에 대해선 "일방적 주장이며 근거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안보리는 현재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과 오스트리아·일본·터키·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레바논·우간다·브라질·멕시코·가봉·나이지리아 등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돼 있다.

윤덕용 단장이 이끄는 민군 합동조사단은 철저히 과학적인 접근을 했다. 23분간의 브리핑, 7분간의 비디오 프레젠테이션 등을 통해 사건의 개요와 어뢰 추진체 인양 모습을 공개하고, 1시간30분가량 질의응답을 받았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근본적이고 세밀한 질문을 던졌다.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유엔 주재 일본대사는 "천안함 침몰이 내부적인 것인지 아니면 외부적 충격에 의한 것인지, 외부적 충격이라면 어뢰에 의한 것인지 기뢰에 의한 것인지, 어뢰 발사가 북한 잠수정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등 이론적 가능성을 모두 따졌다"며 "결국 다른 가능성은 하나씩 모두 제거됐고,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것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날 천안함 합동조사에 참여한 미국·영국·호주·캐나다·스웨덴 등 5개국의 전문가를 출석시켜 이들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서 물었다. 국제전문가들은 "조사의 전 과정에 걸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이번 조사는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조사였다"고 답변했다.

에르투룰 아파칸 터키대사는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의 과학적 조사에 수긍이 가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고, 다카스 일본대사는 "한국의 조사가 지극히 확신을 준다(extremely convincing)"고 했으며, 오스트리아 대표는 "한국은 철저한 조사를 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합동조사단은 북한의 사고해역 방문조사 주장을 왜 수용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범죄자가 희생자를 검열하겠다는 것이냐"는 식의 감정적 설명을 배제하고, 철저히 객관적이고 국제법적인 절차에 따른 접근을 했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사건은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군사정전위의 해결 시스템을 따라야 하며, 지난 1996년 북한 잠수함의 동해 침투 사건 당시에도 이에 따라 해결하고 북한이 결국 사과한 전례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반면 북한의 신선호 유엔 대사는 자신들이 피해자이고, 한국의 조사 결과는 날조이며, 사고 해역 방문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국·터키·미국 대표 등이 "한국의 장병 46명이 죽었는데 어째서 당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가"라고 물었으나, 북한은 적절한 이유를 대지 못한 채 "우리는 피해자" 주장을 반복했다고 각국 대표들은 전했다. 또 이사국들은 "이미 사고 발생 두 달이 지났고 현장이 복구된 시점에 사고 현장에서 무엇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냐"고 질문을 던졌지만, 북한은 "우리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사고현장에 가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이날 북한 대표들은 최근 불거진 참여연대의 서한 및 보고서를 명시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내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과 흡사한 논리를 이용해 한국의 조사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가 두 동강이 났는데 어뢰의 프로펠러가 보존되어 있고, 1번이라는 글자는 누구라도 조작이 가능하며, 엄청난 고열 속에서도 글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 점 등을 거론했다. 이는 한국의 합동조사단이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날 안보리 이사국들에 과학적으로 설명해 이미 해명된 내용들이다. 제라드 아르도 프랑스 대사는 '북한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다(No)"라고 말한 뒤, "북한에 대한 안보리의 대응이 매우 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결과 브리핑이 안보리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각국의 조사결과 지지 발언에 대해 "이 자리는 지지 여부를 표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술적인 질문을 하기 위한 자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데다, 일부 안보리 이사국들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 의장국인 멕시코의 클로드 헬러 대사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자제해달라는 중립적인 성명을 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남북한 양측은 15일(현지시각) 무대를 안보리 밖으로 옮겨 다시 각자의 주장을 펼칠 계획이다. 한국 합조단은 15일 오후 스페인·캐나다·이탈리아·호주 등 비(非)안보리 회원국 대사 20여명을 초청해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며, 북한은 같은 날 오전 유엔본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북한은 군대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체제 버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