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최연현 교수는 올 초 레지던트(전공의) 경쟁률을 보고 깜짝 놀랐다. 6명을 뽑는데 30명이 몰렸기 때문이다. '재수생'을 줄이려고 일부 지원자에게 "다른 학교나 전공을 알아보라"고 조언을 할 정도였다. 최 교수는 "최근에는 영상의학과 들어오려면 각 학교에서 10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상의학과는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을 판독하는 곳으로, 예전엔 독자 개업이 어려워 비(非)인기 전공이었다. 하지만 최근 암환자나 건강검진 증가로 CT 등의 판독 전공의 수요가 함께 늘면서, 영상의학과 레지던트 지원자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의대생들 사이에 전통적인 인기과(科)인 '피·안·성'이 주춤하고 '정·재·영'이 뜨고 있다. 피안성은 피부과·성형외과·안과를, 정재영은 정신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를 일컫는 말이다. 의료업계에도 일자리와 수익성이 화두가 되면서 전공의 인기 판도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가 분석한 2010년 레지던트 지원 결과에 따르면, 경쟁률 1위는 154명 정원에 315명(2대 1)이 몰린 정신과였다. 다음은 피부과(1.58대 1), 재활의학과(1.52대 1) 순이었고, 안과·정형외과·성형외과가 근소한 차이(1.46대 1)로 4위권을 다퉜다. 영상의학과(1.45대 1)는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5년 전만 해도 '정재영'은 5위권 내에서는 이름조차 찾을 수 없었다. 2005년 레지던트 지원에서는 피부과가 1위(1.95대 1), 정형외과(1.73대 1)가 2위였다. 뒤를 이어 안과(1.6대 1), 내과(1.59대 1), 성형외과(1.57대 1)였다. 당시 영상의학과(11위)는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정신과나 재활의학과의 급부상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실시로 요양기관에서 해당 전공의의 의무 고용이 강화되는 현상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영상의학과는 특히 MRI에 대한 건강보험 전액 지원 등을 기대해 더욱 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가 늘고 있다. 의대생들이 개업 후 일자리와 수익성을 따지는 것 외에 '업무의 수월성'까지 겹쳐져 '정재영 특수(特需)'가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 K대학병원의 레지던트 조모(26)씨는 "정재영은 공통적으로 응급환자를 볼 일이 없고 업무 강도가 아주 센 편은 아니라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