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알파 걸'과 '오메가 메일(male·남성)'이란 유행어가 있다. 알파와 오메가는 그리스 알파벳의 처음과 마지막 글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다방면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뛰어난 여성'과 '열등 남'을 가리킨다. 미모와 경제력을 갖춘 중년여성을 뜻하는 쿠거(cougar·퓨마)족도 등장한 지 오래다. 대표주자인 배우 데미 무어는 20세 연하 남자친구를 수시로 갈아치운다. 일본에선 힘든 직장일을 꺼리는 '초식남(草食男)'이 갈수록 늘어나 걱정이다.

한때 양성평등을 향해 들끓었던 사회 변화는 이제 임계점을 지나 여성우위 시대로 향하고 있다는 진단이 늘고 있다.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 7·8월호는 1년을 결산하는 '최고의 아이디어' 1순위로 '남성의 종언(The End of Men)'을 꼽았다. 대표 집필자인 미국의 유력 여성 언론인 한나 로신은 "현대 후기산업사회는 여성에게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며 "그 증거는 사방에 널려 있다"고 썼다.

전통적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를 지배한 것은 장자상속을 기반으로 한 가부장제(家父長制)였다. 여성은 아들을 못 낳은 '죄'로 목숨까지 잃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태아 성감별 회사인 '마이크로소트'에 따르면 감별 신청자의 약 75%가 딸을 선호한다.

올 초 미국에선 사상 처음으로 직장의 다수가 여성이 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관리·전문직의 여성 비율도 51.4%나 된다. 시사주간 타임은 지난 4월 20일 이미 미국 여성 직장인의 평균임금이 남성과 같아졌다며, 이날을 '이퀄 페이 데이(Equal Pay Day)'라고 불렀다. 미 가계수입에서 여성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1970년대만 해도 2~6%였지만 지금은 42.2%에 이른다. 로신은 이를 가모장(家母長) 시대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포천지(誌)가 선정한 500대 기업 CEO 중 여성이 아직도 3%에 불과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로신은 "변화의 속도를 감안하면 '단말마(斷末魔)'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성(性)의 역전을 두고 사회진화론자들은 남성 우위의 사회구조가 효용성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대 후기산업사회의 열쇠는 체력과 스태미너, 마초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지능과 의사소통력, 평정심과 집중력이란 지적이다. 최근 월가(街)의 몰락을 두고도 경영학계에서는 남성호르몬과 과도한 모험 간의 상관관계로 설명하기도 한다. 작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선 "만약 '리먼 브러더스'가 아니라 '리먼 시스터스'였다면 지금의 금융위기가 터졌을까"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2008년 미 컬럼비아경영대학원이 국내 상위 1500개 기업의 1992~2006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위 경영직에 여성 참여가 높은 기업일수록 실적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신은 "이제 여성의 사회 진출 확장을 마냥 축하하기보다 남성 추락의 파장을 염려해야 할 정도"라고 썼다. 청소년 교육에서 남성의 중도탈락률이 높은 것도 사회적 문제이고 아빠 없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반길 일이 못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