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tolia is closer now(아나톨리아는 지금 더 가까워지고 있다)!'

터키 국영 항공사의 슬로건 중 하나다. 아나톨리아는 터키어(語)로 아시아를 뜻한다. 터키항공 관계자는 "과거 유럽에 치우쳐 있던 터키가 이제 비로소 아시아를 향한 몸짓을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보스포루스(Bosporus)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대륙 양안(兩岸)에 걸쳐 있는 터키 이스탄불의 아시아측 지역 위스퀴다르. 이곳에선 지난 9일 안전모를 쓴 현장 근로자들이 기중기로 커다란 파이프를 들어 올려 적재장으로 옮기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뙤약볕 아래 용접공들이 산소용접기로 쉴 새 없이 용접봉을 놀려 철제구조물의 숫자를 늘려나갔다. 유럽 쪽 육지에서 시작해 아시아 쪽 땅을 해저(海底)터널로 잇는 건설 현장이었다. 26억달러가 투입되는 1.4㎞의 해저 구간과 육지(양안)의 지하철을 연결해 총연장 13.6㎞의 철도를 내진(耐震)설계로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현장 근로자 에르뎀 데미르(Demir)씨는 "2013년 완공될 이 해저터널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또 하나의 역사(役事)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업체인 일본 다이세이(大成)건설 관계자는 "공사가 끝나면 아시아-유럽 연결 여객·화물 수송량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9일 터키 이스탄불시(市) 위스퀴다르 지역의 해저터널 공사현장. 보스포루스 해협 밑의 바다를 뚫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총연장 13.6㎞의 이 터널공사가 2013년쯤 완공되면 물동량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스탄불엔 해저 철도 외에 해저 도로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 SK건설은 10억 달러 규모의 해저터널(도로용) 공사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터키 정부는 한 달 전인 지난달 9일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잇는 보스포루스 제3 대교(大橋) 건설계획도 확정했다. 이 대형공사들은 모두 유럽 쪽에서 아시아 쪽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가란티(Garanti)은행의 애널리스트 시벨 젤리크(Celik)씨는 "유럽에서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대형공사들은 14세기에서 20세기 초반까지 600여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영광을 물류 중심지로서 되찾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터키 상공회의소 회원인 압둘라 케스킨(Keskin)씨는 "터키인들은 지난 수십년간 EU(유럽연합) 가입과 EU 경제권 편입을 희망해왔지만 유럽인들의 반발 때문에 이젠 그 꿈을 사실상 접는 단계"라며 "EU보다 발전 가능성이 더 큰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재현 주(駐)터키 대사도 "터키의 향후 경제적 지향점은 '룩 이스트(Look East·동방정책)'가 분명해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터키의 고민도 많다. 아시아로 뻗어가려면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빅3'의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장애물이 적지 않다. GDP(국내총생산)의 32%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대 규모라는 지하경제와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환율 불안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