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朴晙瑩·63) 전남지사는 선거가 끝난 뒤 당선인사와 민주당 행사 등으로 전국 곳곳을 오가느라 하루도 쉬지 못한 채 지난 7일 지사직에 복귀했다. 지난 3월 25일 행정부지사에게 넘긴 지 74일 만이었다.

복귀 이틀째인 8일 박 지사 일정은 10분(分) 단위로 짜여 있었다. 공백을 메우기 위한 직원들과의 스킨십, 크고 작은 현안사업 보고·결재,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등이 저녁 시간까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인터뷰는 전남도청 지사실에서 예정보다 5분 늦게 시작됐다.

"우리 국민은 한쪽으로 너무 기울었다 싶으면 다시 가운데로 균형을 잡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국민들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봅니다." 6·2 지방선거 결과에 담긴 의미를 그는 이렇게 풀었다.

8일 전남도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박준영 전남지사 당선자는“2004년 처음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영산강 살리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패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남북관계와 복지·교육 등 국정이 너무 일방적으로 가는 데 대해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본다. 현 정부 들어 야당과의 대화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 때를 돌이켜보면, 현안이 있을 땐 반드시 야당과 대화하고 조율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초 '현장에 많이 가보라'고 강조했다. 그런 지시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의견을 듣고, 필요하면 수정하고 보완하는 국정운영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나는 평소 민주당이 장외투쟁하는 데 대해 반대해왔다. 항상 의회가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여당도 야당을 존중하고, 자연히 대화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과거 선거에서 줄줄이 패배했던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국민들이 믿고 정부를 맡길 수 있도록 신뢰를 주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야당 광역단체장이 다수 탄생했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관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민주당에서 광역단체장이 많이 탄생했으니, 필요할 경우 보폭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 당 차원에서 공동대처할 것이 있고, 여야를 떠나 광역단체장끼리 해야 할 일이 있다. 예를 들어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광역단체장들이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가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균형발전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지방과 소통해주기를 바란다."

―일부 야당 단체장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데.

"4대강과 영산강 이야기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2004년 첫 선거 때부터 '영산강 살리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취임 초부터 건설부와 농림부, 환경부, 총리실 등을 수차례 찾아가 영산강 실태를 알리고 설득했으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러다 현 정부가 강에 관심을 갖기에 과거 영산강 사업계획안을 건네줬다. 하지만 운하에는 분명히 반대했다. 나는 줄곧 영산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다. 다른 강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 없다. 영산강살리기 사업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한다."

―야당 지사들이 연대해서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겠다는데.

"논의하는 것은 가능하다. 지역마다 강마다 사정이 다르다. 협의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영산강 사업은 필요하다. 와서 직접 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협의는 하겠지만 (4대강의) 전반적 반대를 위한 연대는 곤란하다. 다른 강이 여의치 않다면 정부가 영산강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해 모델로 삼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산강이 그토록 심각한가.

"영산강 물은 농업용수로도 못 쓴다. 하구에 유원지를 만든 사업자는 악취 때문에 망했다. 6년 전 수중 조사를 했더니 토사가 2m 넘게 쌓여 있었다. 상류인 담양~영산포 구간은 강폭이 50~100m에 이르지만 실제 흐르는 물의 폭은 1m밖에 안된다. 누가 봐도 영산강 사업은 해야 한다. 지사로서 후손에 책임감을 느낀다. 알고도 안 하면 후손에 내가 죄를 짓는 일이 된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나.

"물이 없던 강에 물이 찰 것이다. 광주시청 뒤편과 광주공항 옆 등에 물이 가득 차게 되면 시민들은 엄청난 재산을 갖게 되는 셈이다. 강변을 걷고 레저활동을 할 수도 있다. 보를 막는 것은 공사할 동안 환경훼손이 불가피하지만, 수량 확보를 위해서는 무작정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영산강은 하상이 높아져 지천에서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쌓인 토사를 긁어내는 데 반대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인위적으로 둑을 만든 강은 준설을 해줘야 한다. 치수는 강 관리의 기본이다."

―새 임기 4년 동안 전남을 어떻게 이끌 건가.

"살기 좋은 땅으로 만들어 사람이 살도록 하는 것이다. 전남은 깨끗한 공기와 풍부한 일조량, 온난한 날씨, 다도해와 해안선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에 뒤처져 낙후를 면치 못했다. 문제는 일자리다. 젊은이들이 고향을 등지지 않고 직장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수축산업을 살리고, 휴양·해양레저산업을 일으킬 것이다. F1국제자동차대회와 2012여수엑스포 등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2014년 인구감소가 멈추고, 2020년에는 인구 200만명을 회복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