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국방장관)은 22일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측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그동안 철저히 무시하던 남북기본합의서를 근거로 들먹였다.

김영춘은 우리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의 말대로 조사 결과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면 우리 검열단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불가침에 관한 북남기본합의서 제2장 10조와 부속합의서 제2장 8조의 요구에 비추어 보아도 남측은 우리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받아들이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합의서 제2장 10조는 '남북은 대립·분쟁을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 부속합의서 제2장 8조는 '남북은 합의서 위반시 공동 조사를 해야 하며, 위반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북한이 그동안 쳐다보지도 않던 기본합의서까지 거론하는 걸 보면 다급하긴 다급했던 모양"이라고 했다. 북한은 1990년대 전후 소련과 동구권이 잇달아 붕괴하자 위기 모면 차원에서 남북불가침 등을 담은 기본합의서에 서명(1992년)했지만 이후 지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1993년, 1차 북핵 위기를 일으켰다.

대신 북한은 1·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6·15 선언(2000년)과 10·4 선언(2007년)을 지키라는 말만 지겹게 되풀이해 왔다. 여기에는 북한이 좋아하는 '우리 민족끼리' 등이 명시돼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6·15, 10·4 선언 외 기본합의서 준수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무시로 일관했다. 특히 작년 1월 대남 선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성명에서 "기본합의서의 서해해상 군사경계선(NLL) 조항 폐기"를 선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천안함을 폭침시킨 것 자체가 '정전협정을 준수한다'는 기본합의서 5조와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9조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했다.

북한의 김영춘은 통지문에서 "이번(천안함) 사건은 남측에 의해 북남 사이의 문제로 날조된 만큼 군사정전위원회라는 유령기구를 끌어들일 하등의 명분도 없다"고 했는데, 우리측이 제안한 선(先) 정전위 조사, 후(後) 유엔사·북한 간 장성급 회담 개최안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북한은 지금 검열단이 아니라 사죄단을 보내야 한다"며 "이달 말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우리 편을 들기 전에 검열단을 보내 진실을 흐리게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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