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천안함 폭침(爆沈)의 범인으로 북한을 지목하고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준비하는 가운데 북한 국방위원회(위원장 김정일)는 "제재에 대해서 전면전쟁 등 강경조치로 대답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북한이 작년 11월 대청해전 패전(敗戰) 직후 '보복'을 공언한 뒤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던 것처럼 우리측 제재에 대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맞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억류 사태나 NLL 도발

유동렬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북한이 천안함 조사결과를 '날조'라고 우기는 만큼 도리어 우리측 사과를 요구하며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의 대규모 인질 사태와 '제2의 유성진 사건'을 걱정한다. 유씨는 지난해 136일간 억류됐다 풀려났고, 개성공단에는 매일 1000여명 안팎의 우리 국민이 체류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6일 우리의 대북 전단(삐라)을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출입 통제를 예고했는데, 탈북자 단체는 20일 백령도에서 삐라 수십만장을 날려 보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도 예상된다. 지난 15일 밤 북한 경비정이 서해 NLL을 두 차례 침범한 것은 일종의 '예고편'이라는 것이다. 한·미 연합군이 대잠(對潛) 훈련 등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NLL 충돌이나 해안포 사격 등으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중·단거리 미사일을 예전처럼 공해(公海) 방향으로 쏘지 않고 남쪽을 겨냥해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밖에 북한군 판문점대표부가 지난 3월 말 "DMZ(비무장지대)에서 견학·취재 등을 하면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한 만큼 "DMZ 내 민간인 등을 조준 사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견해도 있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민·군에 준(準)전시태세 명령을 내리거나 전군(全軍) 전투동원태세를 발동해 천안함 국면을 주민 통제에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검열단 파견은 제재 국면에 찬물 끼얹기"

북한 국방위가 이례적으로 이날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 처지가 급하다는 증거로 보인다. 대북 제재가 본격 가동되기 전에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많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만 차단해도 북한은 연간 2억달러 이상의 현금 수입을 잃게 된다. 특히 오는 26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訪韓)과 29~30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 공조가 이뤄지면 북한의 고통은 더욱 커진다. "검열단 파견은 제재 드라이브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것"(최진욱 통일연구원 박사)이란 분석은 이런 맥락이다.

남주홍 외교부 국제안보 대사는 "검열단이 내려와 우리측 증거를 '날조'라고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니면 국내 친북(親北)세력이 이에 동조할 것이고, '남남(南南)갈등'이 악화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 소식통은 "김일성 주석은 1968년 청와대 습격 사건을 '일부 맹동주의자' 소행으로 돌리며 '꼬리 자르기'를 한 적이 있다"며 "김정일도 검열단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