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경란 교수(정신과)는 "암환자들은 암에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질병 환자들보다 우울, 절망 등 더 큰 심리적 혼란을 겪는다"며 "암환자 10명 중 6명은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전문의 견해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 환자의 든든한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건 바로 가까운 가족이다.

암 환자들이 자신의 불안한 마음과 화를 억누르다 보면 암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족들은 환자가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도록 도와줘야 한다.

김 교수는 "가족들에게 환자와 대화하라고 권유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느냐'며 되묻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가 가족들에게 '힘들다' '불안하다'고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토로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공포와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풀어 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환자를 곁눈질로 훔쳐보면서 '우리 아빠가 힘들겠구나' '불쌍한 내 아내'라고 동정하는 식의 접근은 역효과를 줄 수 있다.

암을 한 번에 뿌리 뽑겠다는 기대를 갖는 것 역시 위험하다. 환자의 상태가 생각보다 빨리 나아지지 않으면 환자와 가족 모두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처음 암 진단을 받으면 남편이 일찍 퇴근해 집안일을 다 해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가족들이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환자들은 극도로 서운해하기 마련"이라며 가족들에게 환자에 대한 꾸준한 배려를 부탁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유철주 교수는 "가족들이 '암은 동고동락하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가족들이 암환자에게 모든 관심을 집중하는 바람에 다른 가족들이 방치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며 "암과 가족의 일상생활을 조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암 전문의들은 "환자와 그 가족의 현재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결국 그 행복이 암 치료의 효과를 좌우한다"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