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은 2년 전인 2008년 5월 대한민국 전체를 무법(無法) 상태에 몰아넣었던 광우병 동란(動亂)의 진앙지 중 하나다. 당시 다섯살배기 딸을 데리고 촛불시위에 단골로 참가했다는 주부 김모(34)씨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그땐 왜 그랬는지, 눈에 뭔가 씌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그해 4월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본 다음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송송 뚫려 죽는다', '생리대·분유·사탕도 위험하다'는 글을 접했다. 그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PD수첩은 2008년 4월 29일과 5월 13일 두 번에 걸쳐 한 흑인 여성의 사인(死因)이 광우병 때문인 것처럼 그 여성의 어머니 인터뷰를 왜곡한 뒤 다우너소(주저앉는 소)가 마치 광우병에 걸린 듯 착각하게 만드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감염 확률은 94%에 이른다"는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 PD수첩이 전국에 끼얹은 휘발유에 인터넷이 불을 붙이자 불길은 삽시간에 온 나라를 태워버렸다.

진보신당 당원 김모(37)씨가 그해 6월 '전경이 여성 시위자를 연행해 성폭행했다'는 글을 올린 곳도 인터넷 게시판이다. 익명(匿名)의 누리꾼들이 이 소식을 즉각 모든 인터넷 사이트로 퍼 날랐고, 이것이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시위 군중을 흥분 상태로 몰아넣었다. 김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제 글은 사실이 아니었고, 당시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인터넷 정보의 99%가 쓰레기라는 것을 네티즌도 다 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쓰레기가 불쏘시개가 돼 나라를 태웠다. 당시 한 지방 대학 학생회장이었던 김모(25)씨는 "촛불시위 중 여대생이 사망했다"며 진상 규명을 내걸고 모금을 했다. 그는 이 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 무렵 인터넷 포털 '다음'에는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동영상과 함께 '이제 물대포 쏘고 백골단이 투입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실은 노무현 정부 때 촬영된 화면을 갖고 장난을 친 것이다.

인터넷 포털은 광우병 동란이 한창이던 2008년 5~6월 이처럼 근거없는 소문들을 사실로 둔갑시키는 괴력(怪力)을 발휘했다. 포털에 떠다니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지적했던 언론과 전문가들은 포털에 올라탄 사이비 전문가와 엉터리 논객들이 인터넷상에서는 물론 오프라인에까지 쫓아와 가하는 정신적·물질적 테러에 시달려야 했다.

천안함 침몰이란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도 인터넷은 여전히 '미군 오폭설' 등 무책임한 괴담의 산실(産室) 노릇을 하고 있다. 2년 전 광우병 괴담을 쏟아냈던 세력들이 이제는 천안함 괴담의 배후에서 얼씬거리고 있다. 인터넷상의 자유로운 정보 교환과 토론은 더욱 넓게 열려야 한다. 그러나 경제에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추방하면 금융 질서가 무너진다. 그렇듯이 인터넷에서 허위가 진실에 테러를 가하고 몰아세우는 풍토에 속수무책이라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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