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방중 마지막 날인 6일 베이징 근교 창핑(昌平)구에 있는 생명과학원을 들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방중에서 계속된 경제 분야에 대한 집착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어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숙소로 돌아와 영빈관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오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이 끝난 뒤에는 당초 이날 저녁 중국 최고지도부와 함께 베이징TV 대극원에서 열리는 북한 피바다가극단의 '홍루몽' 공연을 볼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이른 귀국을 택했다.

김 위원장은 7일 새벽 북중 접경지대의 단둥(丹東)을 통과해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단둥 지역에 이미 비상경계 태세가 내려진 것으로 보아 다른 행선지를 택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예상보다 빨리 평양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은 이번 방중에서 이미 얻을 것을 모두 얻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中서 환대받은 김정일… 6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북한 차량이 빠져나오자 경비원이 경례하고 있다. 이 차량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됐다.

김 위원장은 북한 국경을 넘는 것을 기준으로 총 4박5일 동안 2500㎞ 이상의 거리를 주파했다.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긴 했지만, 이런 강행군을 버텨내면서 이미 그의 건강에 대한 내·외부의 시선을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열차와 승용차를 번갈아 타며 다롄(大連)과 톈진(天津), 베이징 등 3개 도시를 들렀고, 각 지역의 항만·산업시설을 시찰했다. 다롄과 톈진에서는 지방정부 지도층, 기업인 면담을 소화했고, 베이징에 와서는 5시간 가까운 정상회담·만찬 일정을 버텨냈다.

장기간을 비워도 될 만큼 북한 국내외 상황을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의식적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중 간 유대를 다진 것도 화폐 개혁 이후 경제난에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국제적인 입지가 좁아진 김 위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논란 속에서도 최고지도부(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원들)가 모든 외유를 중단하고 김 위원장을 맞는 등 최상급의 예우를 했다. 이날 오전 생명과학원 시찰에는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동행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노리는 것을 모두 얻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외에도 경제 분야에서 적잖은 성과를 챙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이번 방중에서 식량 10만t을 비롯해 생필품, 에너지에 걸쳐 1억 달러에 가까운 무상 지원을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만t은 지난해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식량 29만t의 3분의 1이 넘는 분량이다. 북한이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정도는 된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6자회담 복귀 입장을 밝혔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가 우선이며, 6자회담의 재개 문제는 그 다음'이라는 한미 양국과 대립각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조기 6자회담 재개를 추진 중인 중국과 공동 전선을 형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