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일 전군(全軍) 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 "나는 (천안함)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 중대한 국제 문제임을 직감했다"면서 "(사고) 원인을 찾으면 그 책임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밝혀지기 전이라도 우리는 즉각 안보태세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전함 천안함이 우리 해역에서 한밤중에 두 동강 나 폭침(爆沈)된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에게 한반도의 남북관계가 '평화체제'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포성(砲聲)과 포화(砲火)만이 그친 '휴전(休戰)' 상태에 있을 뿐이라는, 자명(自明)하면서도 망각(忘却)된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실제 휴전선에는 수천문의 장사정포가 서울을 겨냥하고 있고,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 북한 잠수함과 반(半)잠수정들은 우리 군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대한민국 영해를 제 집 드나들 듯 드나들어 왔다.

대한민국 군의 사명은 중동의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안보 여건 속에서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을 지켜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남북대화 시기라는 위장(僞裝)된 평화기간이 10년여 계속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한민국이 딛고 있는 이런 절박한 안보적 환경을 잊고 안보의식에 녹이 슬어버린 감이 없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선 천안함 사태에서 군 작전 최고 책임자인 합참의장이 전함 폭침이라는 준전시(準戰時) 상황의 발생을 49분 동안이나 모르고 있고, 전투기들이 사고 발생 후 1시간 18분이 지나서야 출동한 것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해군 2함대사령부가 최고 비상경계령을 발령하고 경찰까지도 비상을 걸었는데도 육군·해군에는 사고지점조차 정확히 통보되지 않는 등 3군간 합동성(合同性)작전 체제 역시 빈틈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전군 지휘관을 앞에 두고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기구를 한시적으로 즉각 구성해 안보 역량 전반, 위기관리 시스템, 국방 개혁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대통령은 이 기구를 통해 잠수함·특수부대 등 북한 비대칭 전력에 대한 우리의 대비 태세, 3군의 합동성 강화 방안, 군 기강과 비상대응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 순서를 정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안보 대상이 뚜렷하지 않도록 만든 외부 환경이 있었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군 내부의 혼란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현실보다는 이상에 치우쳐 국방을 다루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한다"고 했다. 사실 지난 두 정부는 '햇볕정책'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북한 함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단 침범해 우리 영해를 유린해도 선제공격을 하지 말라는 희한한 교전규칙을 만들고, 세계 최대의 화력(火力)이 집중된 휴전선을 갖고 있는 나라의 군 장병 의식 속에서 주적(主敵)이라는 개념까지 지워버렸다. 또 '대양(大洋) 해군' '우주 공군'이란 듣기 좋은 구호 아래 내실(內實)보다 전시(展示) 위주의 정책을 쏟아냈다. 천안함 사태를 통해 우리는 그간의 정책과 구호가 하늘의 별만 보고 발밑을 보지 못하다 우물에 빠지는 결과를 빚지 않았나 하는 걱정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지금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은 '안보 무의식'에 가깝게 돼버렸다. 천안함 폭침을 두고 인터넷에서 넘쳐나는 허황된 음모론과 농지거리, '국제적 괴담(怪談)'을 내놓아 국제적 망신을 산 공당(公黨)의 국회의원들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책임자들은 국민들이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의 첨예(尖銳)함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한민국 안보가 언제 어디서나 물이나 공기처럼 값싸고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도록 언행(言行)에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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