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의 방중(訪中)을 허용한 중국의 결정에 대해 정부에서 '천안함 사건 해결의 국제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천안함이 외부 공격에 의한 격침(擊沈)이라는 윤곽이 잡혀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김 위원장 방중을 수용한 것은 자칫 천안함 공격 혐의를 부인하려는 북한의 '물타기' 전략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3일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김 위원장의 동선(動線)을 주시하면서 중국이 김 위원장을 받아들인 배경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정부 소식통은 "4월 30일 한중(韓中)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천안함 사건에 대해 위로의 뜻을 전하며 우리 정부의 객관적 사고 조사를 평가한다고 했다"며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3일 만에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허용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방중(訪中)을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한중 정상회담에선 관련 논의가 없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정황은 파악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마디 언질을 해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우리측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이 후 주석에게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한 그간의 조사 결과를 설명하며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으니 중국도 이에 맞게 대처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선 "국제사회가 천안함 사건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도 김 위원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용한 중국의 결정이 부담스럽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중국의 기류 속에서 김 위원장이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후 주석에 전하고, 중국이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천안함 원인 규명에 따라 6자회담 재개 여부를 비롯한 대북(對北) 정책 기조를 결정한다는 한·미 공조원칙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