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검찰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의 '스폰서 사건' 같은 비리와 부정은 없을까. 또 이런 비리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어떤 제도를 갖추고 있을까.

미국에서는 검사와 관련된 추문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경우가 거의 없다. 사법 관련 권한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경찰이 일반 범죄수사에 대한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다. 검사가 하는 주 업무는 영국처럼 기소 및 공소 유지다. 검사는 국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간첩행위 및 일부 특수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갖고 있다.

미국의 50개 주(州)가 사실상 독립적인 정부로 활동하면서 각 주의 검찰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 주의 검찰총장은 선거에 의해서 뽑히기 때문에 한국 같은 '검사 스폰서' 의혹이 일 경우 다음 재선(再選)이 어렵다.

유럽 선진국에선 최근 몇년간 검찰 비리 사건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검찰의 자정 노력과 검찰에 절대 권력을 부여하지 않는 사법제도 때문이다. 영국·독일·프랑스 등은 검찰에 '절대 권력'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비리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독일은 검찰이 수사절차를 주재하는 역할만 할 뿐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는 법정에서 증거 능력이 없다. 영국은 검찰이 기소결정과 공소유지, 수사에 대한 법률적 조언만 맡는다.

이탈리아는 1990년대 검찰의 '마니 풀리테(Mani Pulite·깨끗한 손)' 운동이 유명했다. 1992년 밀라노 시에서 청소대행업을 하던 중소기업이 관급공사를 따내기 위해 사회당에 정치자금을 대다가 힘에 부치자 이를 사법당국에 고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수사를 지휘한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는 당시 전체 국회의원의 4분의 1인 177명을 조사했고,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을 비롯해 총 3175명을 기소했다.

그의 사정 드라이브는 '깨끗한 손 운동'으로 불리며 검찰의 표상으로 유럽 전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운동은 지속되지 못했다. 2009년 '국제 투명성기구' 조사에서 이탈리아의 공직 청렴도 순위는 63위로 한국(공동 39위)보다 낮았다.

2002년 4월 22일 일본 오사카(大阪)고검의 미쓰이 다마키 공안부장이 검찰에 체포됐다. 폭력단원의 가족 명의로 경매 아파트를 낙찰받고 일부 세금을 포탈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현직 지검 공안부장이 체포된 것은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더 주목받았던 것은 미쓰이 부장이 체포되기 전 검찰의 조직적인 활동비 유용을 실명으로 폭로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검찰이 보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던 점이다.

미쓰이 부장은 당시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조사활동비를 검사들이 술값이나 골프비 등으로 전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국적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미쓰이 부장은 재판에서 1년8월 형을 선고받았으나, 조사활동비 유용 문제는 크게 문제 되지 않고 지나갔다. 일본 검찰의 조사활동비 전용 문제는 지금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아직까지 전모가 확인된 적은 없으나 대다수 국민은 검찰 내부에 조사활동비를 전용한 '비자금'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제외하고는 일본 법조계에서 업계와의 유착이나 뇌물 수수, 접대 등이 표면화된 적은 거의 없다. 1981년에 현직 판사가 양복표 등을 받았다가 파면당한 것이 화제가 된 정도였다. 국민들의 판사나 검사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