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됐지만 전철 1호선과 연결되는 노량진역은 환승(換乘)통로가 9개월째 막혀 있어 환승 시민들이 지상 도로로 나와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27일 정오쯤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1번 출구와 9호선 2번 출구 사이 20여m 도로는 환승하기 위해 지상으로 나온 환승객들과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로 뒤엉켰다. 서울 대방동에 사는 윤이창(76)씨는 "언제까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원 김영완(26)씨는 "신용카드만 환승 할인이 되고 1회용 교통카드는 추가요금을 내야 하니 환승역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환승 통로는 9호선 사업자인 서울시와 1호선 사업자인 철도시설공단이 협약을 맺어 만들기로 돼 있었다. 환승 통로가 통과하는 노량진 민자역사에서도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같은 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환승통로 공사는 민자역사 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환승통로 공사는 부실 시공사를 선정하는 바람에 늦어져 지난해 12월에야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1월 공사가 다시 중단돼 환승통로는 언제 뚫릴지 알 수 없게 됐다. 사업 시행을 노량진역사㈜에 맡긴 코레일이 지난 1월 계약을 파기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노량진역사㈜가 착공 전 임대사업을 하는 등 계약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었다. 더구나 노량진역사㈜는 분양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민자역사 사업이 중단되자 서울시와 철도시설공단도 환승 통로를 뚫는 공사를 중단한 것이다.

노량진역사㈜에 사업을 맡긴 코레일 측은 "환승통로를 만들 의무는 9호선과 1호선 사업자에게 있지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했다. 노량진역사㈜ 측은 "9호선·1호선 사업자와 여러 차례 만났지만 민자역사 공사 자체가 멈춰 있어 환승통로 공사도 미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철도시설공단과 상의해서 다른 방법으로 환승통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민자역사를 통과하지 않고 달리 환승통로를 만드는 방안이지만 다른 땅을 이용해야 하고 설계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언제 될지 알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횡령 비리까지 겹쳐 결국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