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학업성취도 및 수능점수 격차가 확연한 서울시에서 구별(區別) 지방자치단체 '학교 지원금' 예산 격차도 상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09년도 지방자치단체 학교지원금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학교당 학교지원금 규모는 최대 9.2배나 격차가 벌어졌다.

수능 성적 1등(언어+외국어+수리나 합산 323.0점)인 강남구 학생들은 1인당 연간 43만원을 지원받는 동안 수능성적이 가장 낮은 금천구 학생(272.4점)은 연간 5만원밖에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서초는 학교 지원금도 많아

지난해 치러진 2010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 강남구와 서초구는 학교지원금 규모에서도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강남구청은 학교당 4억3124만원을 지원했고, 서초구청은 1억8256만원을 지원했다.

이같이 일선 학교에 투입된 예산은 상당수가 '학력 신장'을 위한 사업에 투입됐다. 대표적인 게 영어 투자다. 원어민 강사가 서울시내 대부분 학교에서 학교당 1명이지만 강남·서초 지역은 수년 전부터 2~3명씩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중앙 정부 예산으로 보내준 원어민 강사 말고도 지자체가 1~2명씩 더 고용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학교 지원 투자의 격차에 따른 학교 교육의 차이는 실제로 수능시험에도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강남·서초구 학생 중 15.0%, 13.1%가 외국어영역(영어)에서 1등급을 받았다. 7~8명 중 한명꼴이다.

교육예산도 빈익빈(貧益貧) 구조

금천구는 지난해 수능 성적 지역별 평균 점수에서 서울에서 가장 낮은 272.4점(언어+외국어+수리나)을 기록했다. 이런 금천구의 학교당 학교지원금은 서울에서 가장 낮은 4670만원(총 예산의 0.66%)에 불과했고, 학생 1인당 지원금도 5만원으로 서울에서 세번째로 적었다.

금천구의 교육예산이 부족한 것은 저소득층이 많아 나갈 돈은 많으면서도 세수(稅收)가 적기 때문이다. 금천구 이외에도 강서구·은평구·관악구·영등포구 등이 학교지원금 규모 하위권에 속했다.

학교지원금이 적은 강서구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 수요층이 많은 지자체는 복지예산을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예산을 늘리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원 늘려 학교 살리겠다"는 지자체

하지만 모든 곳에서 수능 성적과 교육 예산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수능 성적이 낮았던 동대문구와 중구는 학교당 투입 예산 순위에서는 각각 2위와 4위를 기록했다. "교육 열악지역 이미지를 벗겠다"며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교육예산을 늘린 것이다.

지난해 수능 3과목 평균 점수에서 285.6점을 받아 서울 시내 18위를 기록한 동대문구는 지난해부터 '에듀업(Edu-Up) 5개년 프로젝트' 연구에 돌입했다. '동대문구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목표로 이뤄진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학교지원금을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학교당 2억6788만원으로 늘렸다. 총액으로는 125억여원으로 동대문구 전체 예산의 4.7%나 되는 규모였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지금은 하위권이어도 예산을 교육에 집중해 '교육 특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강남·서초구에 이어 학생 1인당 세번째로 많은 예산을 투입한 중구 역시 '교육 열악 지역'의 지자체가 분발한 경우다. 중구 지역은 최근 몇년간 도심 공동화(空洞化) 현상으로 학급이 급격히 줄어들어 교육 문제로 이사가는 학부모까지 나타났었다.

중구청은 관내 학교를 '소수 정예 학교'로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2007년에 전국 최초로 전문계 고교까지 원어민 영어교사를 배치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관내 모든 학교에 원어민 영어교사를 두었다. 지난해 수능 성적 서울 18위를 기록했던 중구청 관계자는 "이미 수능 만점 학생과 전문계고 출신 미국 대학 입학생이 나오고 있다"며 "향후 수능 성적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